'시즌 첫 멀티골' 황희찬, PL 10호골 달성 → 허리 부상 교체…울버햄튼, 브렌트포드에 4-1 승리 '2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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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 10:26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황희찬이 시즌 첫 멀티골을 폭발하며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2연승을 이끌었다.
울버햄튼은 28일(한국시간) 브렌트퍼드에 위치한 지테크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브렌트포드와 원정 경기에서 4-1로 이겼다. 직전 첼시전 승리에 이어 2연승을 내달린 울버햄튼은 7승 4무 8패 승점 25점을 기록해 11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울버햄튼은 어김없이 황희찬을 공격 선봉에 세웠다. 황희찬은 마테우스 쿠냐, 파블로 사라비아와 함께 공격을 책임졌다. 그 뒤로 화력을 더 할 카드로 라얀 아이트-누리, 마리오 레미나, 주앙 고메스, 넬송 세메두가 섰다. 최후방 스리백에는 토티 고메스, 산티아고 부에노, 맥시밀리안 킬먼이 호흡을 맞췄다. 골문은 조제 사가 지켰다.
황희찬이 장기 계약을 자축하는 골을 뽑아냈다.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던 황희찬은 울버햄튼이 1-0으로 앞선 전반 14분 상대 패스 미스를 틈타 침착하게 골키퍼를 제치면서 골을 뽑아냈다. 기세가 살아난 황희찬은 전반 27분에도 문전에서 놀라운 침착함을 발휘하며 멀티골에 성공했다.
리그 9호골과 10호골을 몰아친 황희찬은 재계약 성사 이후 3경기 침묵하던 득점포를 재가동했다. 한 경기에서 두 골을 터뜨린 건 올 시즌 처음이다.
황희찬을 필두로 울버햄튼의 몸놀림은 가벼웠다. 직전 첼시를 잡았다는데 자신감을 얻었는지 전반 13분부터 선제골을 터뜨렸다. 적극적으로 슈팅하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사라비아가 연결한 크로스를 레미나가 헤더로 마무리해 기선을 잡았다.
황희찬이 바통을 이었다. 선제골 직후인 14분 브렌트포드 수비수 나단 콜린스가 잘못 패스하는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황희찬이 빠르게 따라붙어 공을 따냈고 절묘하게 골키퍼를 제쳤다. 빈 골문까지 차분하게 접근한 뒤 밀어넣으면서 골을 터뜨렸다.
황희찬에게 의미있는 득점이었다. 최근 재계약을 체결하며 울버햄튼과 오래 동행하기로 결정하고 기록한 첫 득점이다. 일주일 전 2028년까지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황희찬이 주가가 올라가자 울버햄튼이 다급해져 최고 대우를 약속한 재계약이었다.
울버햄튼도 "황희찬은 2021년 임대로 이곳에 합류하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2년 전 왓포드를 상대로 데뷔골을 터뜨린 이후에 빠르게 성장했다. 부상과 벤치 로테이션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현재 황희찬은 골문 앞에서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주며 빛나는 시즌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울버햄튼의 언급대로 황희찬은 지난 2021-2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RB라이프치히에서 임대 신분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황희찬은 곧장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무엇보다 데뷔전이던 왓포드와 경기에서 데뷔골을 바로 터뜨리면서 출발이 산뜻했다. 이를 바탕으로 5골을 넣었고, 울버햄튼은 황희찬의 기량에 매료돼 완전 이적을 결정했다.
당시 울버햄튼은 황희찬에게 1,400만 파운드(약 230억 원)의 이적료를 투자했다. 상당한 기대를 받았던 지난 시즌 부침을 겪었다.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3골에 그쳤다. 공격수인 황희찬의 포인트가 떨어지면서 덩달아 울버햄튼의 성적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하위권을 맴돌았고, 끝내 브루노 라즈 감독이 경질되기도 했다.
지난 시즌 도중에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부임하면서 황희찬에게 새로운 도전이 펼쳐졌다. 부침을 겪던 시기여서 거취가 모호해지기도 했으나 시즌 막바지 자신감을 얻으면서 반전을 예고했다. 그런데 2023-24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로페테기 감독이 떠나는 갑작스런 변수를 맞이했다.
황희찬의 미래도 불투명해보였다. 때마침 이적설까지 돌았다. 울버햄튼의 재정도 넉넉치 않다보니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관심을 보이는 황희찬을 처분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황희찬은 울버햄튼 잔류를 택했고 차분하게 시즌을 풀어나갔다. 올 시즌은 확 달라졌다. 17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리그 8골로 개인 통산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을 넘어섰다. 도움도 2개 있어 이미 리그에서는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달성한 상황. 리그컵 1골을 포함해 시즌 9골 행진을 펼치고 있는 황희찬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페이스는 득점이다. 올 시즌 울버햄튼의 골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황희찬이다. 올 시즌 8골 중 6골을 홈에서 터뜨린 안방 강세를 바탕으로 최초의 기록도 썼다. 지난 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던 37라운드 에버튼을 상대로 득점한 것을 시작으로 10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전까지 홈인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6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1877년 창단한 울버햄튼 역사에서 최초의 대기록이었다.
다만 재계약 직후에는 축포가 다소 늦었다. 이달 초 번리전 득점을 마지막으로 노팅엄 포레스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첼시전까지 침묵했다. 단단히 각오하고 나선 이날 멀티골로 팬들과 호흡했다.
황희찬이 부담을 털어내는 골을 터뜨린 가운데 브렌트퍼드가 따라붙었다. 전반 16분 바로 만회골을 넣으면서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이를 다시 벌린 것도 황희찬이다. 전반 28분 문전에서 기회를 노리던 황희찬은 토티 고메스가 후방에서 길게 걷어낸 볼을 잡아냈다. 수비진 뒷공간을 파고들며 공을 소유한 황희찬은 볼을 띄워 수비수를 침착하게 제친 뒤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3-1로 벌리며 승기를 확실하게 잡은 것은 물론 황희찬의 10호골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득점 순위도 뛰어 올랐다. 리그 10호골로 단독 6위로 올라섰다.
다만 부상이 걱정이다. 황희찬은 전반 추가시간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허리에 통증을 호소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쥘 만큼 고통스러워했다. 장시간 그라운드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면서 어렵게 일어났으나 걷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국 전반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장 리크네 벨레가르드와 교체됐다.
황희찬이 쓰러진 시간이 추가시간으로 더해져 양팀은 전반만 53분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브렌트포드가 점수차를 좁힐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울버햄튼이 잘 버텼고, 3-1 유리한 상황 속에 후반을 맞았다.
주포인 황희찬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울버햄튼은 지키는데 집중했다. 후반 들어 브렌트퍼드의 공세가 상당했다. 브렌트퍼드는 닐 무페이와 요아네 베사, 킨 루이스-포터가 뒤로 물러선 울버햄튼의 수비를 흔들었다. 문전 깊숙하게 파고들어 좌우 크로스로 공격진에 기회를 창출시켰다.
그럴수록 울버햄튼은 5-4-1에 치중하며 수비했다. 울버햄튼은 차분했다. 황희찬이 그라운드에 없는 만큼 무리해서 압박해 역습하지 않았다. 후방에 무게 중심을 확실하게 줬고 몸을 날려 실점을 면하는데 집중했다. 울버햄튼이 힘겹게 수비하던 과정에서 중계 카메라가 황희찬을 잡았다. 다행히 후반에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봐 큰 부상이 아닐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황희찬의 응원에 힘을 얻은 울버햄튼은 후반 중반 맷 도허티를 투입하며 뒤를 더욱 단단히 했다. 그러더니 후반 35분 쐐기를 박았다. 브렌트퍼드는 추격 의지에 찬물을 스스로 끼얹었다. 이번에도 콜린스의 패스 미스가 빌미였다. 황희찬의 첫 골과 마찬가지로 빌드업을 실패했고, 이를 가로챈 쿠냐가 돌파 이후 반대편으로 크로스를 했다. 벨레가르드가 이를 받아 차분하게 성공하면서 4-1로 달아났다.
승부는 마무리됐다. 황희찬이 시즌 첫 멀티골 활약으로 울버햄튼이 대승을 차지했다. 이 공로로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닷컴'은 전반만 뛴 황희찬에게 8.3점의 높은 평점으로 팀 내 최고 수훈 선수로 칭했다. '소파 스코어'에 따르면 황희찬은 24번의 볼 터치를 기록하고 13번의 패스를 통해 77%의 성공률을 보여줬다. 이들도 8.2점으로 높은 평점을 부여했다.
진짜 핵심은 상대 진영에서의 효과적인 공격성이다. 짧은 시간에도 4차례 드리블 돌파를 시도해 절반을 성공했고 상대와 경합도 7차례 펼치면서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무엇보다 슈팅 2번에 2골을 터뜨리면서 순도 높은 골 전환율을 과시했다.
황희찬의 올 시즌 최고 강점이다. 황희찬과 장기 계약을 이끈 맷 홉스 디렉터가 찬사를 보낸 부분이기도 하다. 재계약을 성사한 뒤 홉스 디렉터는 "황희찬은 문전에서 골을 넣길 원한다. 뉴캐슬 상대로 넣은 득점을 보면 그의 침착함을 칭찬할 수 있다. 처음에 슈팅할 수 있었지만 잘개 쪼개 수비수를 제쳤다. 황희찬은 이제 멋진 피니셔의 유형으로 발전했다"라고 평했다.
황희찬의 재계약을 가장 반길 이는 오닐 감독이다. 공식 발표가 있기 전부터 황희찬의 재계약을 언급했던 오닐 감독은 "그가 많은 골을 넣은 이유는 나에게 있지 않다. 모든 건 황희찬의 노력이다. 황희찬은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팀 구조가 황희찬에게 도움이 됐길 바란다. 내 생각엔 황희찬이 필드 위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고 답했다.
이어 "황희찬은 특정 지역에 있을 때와 없을 때를 알고 있다. 자기 관리도 철저한 선수다. 우리 팀은 특정한 방식으로 골을 노린다. 특정 지역에 도달하면 득점할 확률이 높다는 걸 알고 있다. 황희찬은 높은 퀄리티를 보여줬다. 난 황희찬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들을 줬을 뿐이다. 이후에 모든 건 황희찬이 가지고 있는 많은 능력을 때문"이라고 칭찬했다.
기량 못지않게 인성에도 합격점을 준 오닐 감독은 "황희찬은 나를 포함해 재계약 협상에 도움을 준 스태프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직접 찾아왔다. 황희찬이 어떤 사람인지, 우리 팀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던 사례"라고 밝혔다.
이에 보답하듯 멀티골을 넣은 황희찬인데 관건은 부상 회복이다. 울버햄튼의 연초 일정은 물론이고 클린스만호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준비에도 차질을 줄 수 있는 악재다. 황희찬은 당일 오전에 발표될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리는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카드다.
만약 황희찬의 부상이 심하다면 개막을 보름가량 앞두고 머리를 감싸쥘 수밖에 없다. 더구나 고통을 호소한 부위가 허리라 우려가 크다. 다행인 건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후반에 벤치에 남아 경기를 지켜본 부분이다. 또한 경기가 끝나고 그라운드까지 직접 걸어나와 동료들과 포옹하며 승리 기쁨을 만끽해 부상에 대한 걱정을 어느정도 덜었다. 그래도 황희찬의 정확한 부상 정도와 몸상태 확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