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경질' 독일, 음바페 빠진 프랑스 2-1 격파...6G만의 승리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일본에 충격적인 4실점 패배를 당한 후 123년 만의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둔 독일이 카타르 월드컵 준우승팀 프랑스를 꺾고 간신히 반등에 성공했다.
독일은 13일(한국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에 위치한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국가대표 A매치 친선 경기에서 토마스 뮐러, 르로이 사네의 연속골로 앙투안 그리즈만이 한 골을 만회한 프랑스를 2-1로 꺾었다.
앞서 지난 10일 홈에서 일본에데 무려 4골을 내주며 1-4로 대패한 독일은 123년 역사상 처음으로 감독 경질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한지 플릭 감독과 결별한 독일은 프랑스를 꺾으면서 A매치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에서 벗어나 6경기 만에 승리를 따냈다.
독일은 4-2-3-1로 나섰다. 마크 안드레 테어 슈테겐이 골문을 지켰고, 조나단 타, 니클라스 쥘레, 안토니오 뤼디거, 벤야민 헨릭스가 수비를 구성했다. 엠레 잔, 일카이 귄도안이 중원을 이뤘으며 르로이 사네, 플로리안 비르츠, 세르주 그나브리가 2선에 위치했다. 최전방 원톱은 토마스 뮐러가 맡았다.
프랑스는 4-4-2로 맞섰다. 마이크 메냥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테오 에르난데스, 윌리엄 살리바, 장클레어 토디보, 벵자맹 파바르가 수비를 구성했다. 아드리앙 라비오, 에두아르 카마빙가, 오렐리앵 추아메니, 킹슬리 코망이 중원을 이뤘다. 랑달 콜로 무아니가 앙투안 그리즈만과 최전방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다. 킬리안 음바페는 경미한 무릎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독일이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베테랑 공격수 뮐러가 전반 4분 선제골 주인공이 됐다. 그나브리가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아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헨릭스에게 패스했고, 이를 받은 핸릭스는 중앙으로 컷백을 내줬다. 뮐러가 안전하게 트래핑 해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독일에 악재가 찾아왔다. 핵심 미드필더 귄도안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다급하게 의료진이 투입됐지만 경기를 더 뛸 수 없다고 판단, 파스칼 그로스가 귄도안을 대신해 교체 투입됐다.
프랑스는 그리즈만, 콜로 무아니, 추아메니 등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콜로 무아니와 추아메니의 헤더는 골문을 벗어나거나 태어 슈테겐 골키퍼를 뚫지 못했다.
독일은 선제골을 넣고도 프랑스의 파상 공세를 버티며 전반전을 1-0 리드로 마쳤다.
후반에도 주도권은 프랑스가 가져갔다. 후반 12분 추아메니의 슈팅이 테어 슈테겐 골키퍼가 손으로 쳐냈고, 흘러나온 공이 콜로 무아니 쪽으로 흘렀지만 슈팅 직전 미끄러지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오히려 독일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점수 차가 더 벌어졌다. 후반 42분 교체 투입된 카이 하베르츠의 침투 패스를 받은 사네가 침착하게 골망을 갈랐다.
프랑스는 1분 뒤 카마빙가가 박스 안에서 사네의 태클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그리즈만이 키커로 나서 성공시켜 한 골 만회하는 데 그쳤다.
추가시간 3분이 주어졌고 득점이 더 나오지 않으면서 독일의 2-1 승리로 경기 종료됐다.
이로써 독일은 A매치 6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지난 3월 페루를 상대로 2-0으로 이겼던 독일은 이후 5경기에서 1무4패로 무승의 늪에 빠졌다.
특히 지난 10일 열린 일본전이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일본에 패했던 독일은 약 10개월 만에 설욕에 나섰으나 오히려 더 큰 점수 차로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서 일본과 만나 1-2로 역전패했다. 귄도안의 페널티킥 골로 앞서갔으나 후반에만 도안 리쓰, 아사노 다쿠마에게 내리 실점해 무너졌다. 스페인, 코스타리카 등 죽음의 조에 속했던 독일은 이 패배를 극복하지 못하고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했다.
때문에 이번 일본과의 리턴 매치는 월드컵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항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전반 10분 만에 일본의 선제 골이 터졌다. 오른쪽에서 시작된 스가와라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중앙으로 좁혀 서 있던 이토가 가볍게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9분 뒤 독일도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19분 공격 진영 중앙으로 볼이 전개된 독일은 비르츠의 패스를 오른쪽에서 대기하던 사네가 침투해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독일의 희망은 3분 만에 꺾였다. 전반 21분 오른쪽에서 낮게 깔린 스가와라의 패스를 이토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빗맞았고 흘렀다. 이 공을 우에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 테어 슈테겐은 역동작에 걸리며 움직이지 못했다.
후반에도 독일은 계속해서 득점이 터지지 않자 공격 일변도를 위해 라인을 높이 올렸고 결국 이는 대가를 치렀다. 후반 44분 일본은 수비 성공 이후 빠르게 전방으로 패스했다. 교체 투입된 구보 다케후사가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고 같이 따라오던 아사노에게 패스해 아사노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일본은 후반 추가시간 46분엔 구보의 택배 크로스를 교체 투입된 다나카 아오가 수비진 사이에서 침착한 헤더로 연결하며 네 번째 골까지 완성했다. 독일 수비진은 엉성한 수비로 일관했고 테어 슈테겐도 몸을 날리지 못할 만큼 완벽한 코스로 헤더가 연결됐다.
경기는 1-4, 독일의 대패로 끝났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이변이 2번의 맞대결에서 연속으로 일어난 것이다.
경기 후 귄도안은 "받아들이기 힘든 패배다. 우리가 유일하게 잘했던 건 우리의 플레이 스타일대로 골을 넣었던 장면 뿐이었다. 일본이 공격, 수비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나았다. 일본은 공을 잘 순환시켰고, 적절한 공간 속에 플레이 했다. 많은 득점 기회도 만들어냈다"고 일본이 독일보다 높은 수준의 축구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이 부분을 생각하고 인식해야 한다. 독일 선수들은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지금 우리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독일 축구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귄도안은 이어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 같다. 선수들은 자기 자신과의 정신적 싸움을 하고 있다. 이런 수준의 경기와 결과는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선수단 정신력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쉽지 않다. 자신감이 부족하다면 축구에서는 결과를 얻기가 매우 어렵다"며 지금까지 거듭된 패배로 독일 선수들이 정신적 고통에 빠져 있었다고 털어놨다.
귄도안의 말대로 독일 대표팀은 최근 몇 년간 결속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세계적인 OTT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공개된 독일 대표팀 다큐멘터리에서도 문제가 잘 드러났다.
카타르 월드컵에 임하는 독일 대표팀의 모습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에서 핵심 수비수 요주아 키미히와 안토니오 뤼디거가 언쟁을 펼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고, 플릭 감독도 선수들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등 독일 선수단이 하나로 모이지 못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영국 데일리스타는 "일본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가 열리기 전, 독일 선수들은 플릭 감독이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영상에 매우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다"면서 "플릭 감독은 선수들에게 거위 무리가 단체 비행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개인이 아닌 팀으로 싸워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으나 뤼디거, 니클라스 쥘레, 유수파 무코코 등 많은 선수들은 그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고 플릭 감독이 선수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조명했다.
결국 독일은 한지 플릭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이 A매치에서 3연패를 당한 건 서독 시절인 1985년 이후 약 38년 만의 일이었다. 독일축구연맹은 최근 부진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 플릭을 경질하기로 했다.
한지 플릭 감독은 내년 여름 개최될 예정인 유럽선수권대회까지 팀을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독일축구연맹은 "최근 실망스러운 대표팀에 새로운 추진력이 필요했다.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성과를 우선해야 하는 입장에서 경질이 불가피했다"고 플릭 감독과 결별을 택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독일 축구 대표팀이 1926년 전임 감독제를 도입한 이후 사령탑을 '경질'한 건 최초의 사례다.
이번 프랑스전은 2000년대 초반 감독으로 독일을 이끌었던 루디 푈러 국가대표팀 단장이 임시로 지휘봉을 쥐고 사령탑 공백을 메웠다. 지도자 공백 속에 값진 승리를 따내면서 분위기 반등에도 성공했다.
독일이 프랑스를 꺾은 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8강전(1-0) 이후 9년 만이다.
이날 선제골을 넣은 뮐러는 공영방송 ARD와 인터뷰에서 "플릭 감독에게 죄송하다"며 "이렇게 좋지 않은 흐름을 견디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건 모두의 책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