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아시아 내야수 최초 역사 쓸 가능성↑'이치로까지 소환' 역대급 막바지 도루 페이스... SD 9회 역전승에도 기여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역사를 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바로 20홈런과 40도루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다. 그동안 아시아 출신 내야수로 20(홈런)-40(도루)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김하성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LA 다저스와 2023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원정 경기에서 1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1도루로 활약했다.
김하성은 전날(11일) 휴스턴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안타에 성공했다. 시즌 타율은 종전 0.271에서 0.270으로 소폭 하락했다. 김하성은 올 시즌 팀이 소화한 145경기 중 14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0(488타수 132안타) 17홈런 58타점 80득점 2루타 20개, 3루타 0개, 68볼넷 109삼진 35도루(8도루 실패) 출루율 0.361 장타율 0.416, OPS(출루율+장타율) 0.777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김하성(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후안 소토(좌익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잰더 보가츠(유격수)-주릭슨 프로파(1루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매튜 배튼(3루수)-트렌트 그리샴(중견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짰다. 선발투수는 페드로 아빌라.
이에 맞서 LA 다저스는 무키 베츠(2루수)-프레디 프리먼(1루수)-윌 스미스(포수)-맥스 먼시(3루수)-J.D. 마르티네스(지명타자)-제이슨 헤이워드(우익수)-크리스 테일러(좌익수)-제임스 아웃맨(중견수)-미겔 로하스(유격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 투수는 개빈 스톤이었다.
김하성의 방망이는 1회부터 빛을 내기 시작했다. 김하성은 초구와 2구째 몸쪽 높은 볼을 잘 골라낸 뒤 3구째 스트라이크 존 낮은 쪽으로 살짝 빠진 92.5마일(148.8㎞) 커터를 잡아당겨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낮은 땅볼 타구를 다저스 3루수 먼시가 처리하지 못하고 빠트리면서 좌전 안타로 연결됐다. 김하성이 출루하자 다저스 배터리는 바빠질 수밖에 없었다. 김하성은 다저스 선발 스톤의 첫 번째 견제구와 두 번째 견제구를 침착하게 이겨낸 뒤 과감하게 2루 도루를 감행했다. 2루에서 슬라이딩을 펼친 김하성은 시즌 35호 도루를 성공시켰다. 다저스 포수 스미스가 강견을 자랑하며 2루로 공을 뿌렸지만 김하성의 발이 더 빨랐다. 결과적으로 상대 배터리가 집요하게 견제했지만, 그 견제마저 따돌린 김하성의 주루 센스가 빛난 순간이었다. 슬라이딩 후 헬멧이 벗겨진 건 기본이었다.
◆ 김하성의 시즌 막판 역대급 도루 페이스, 9월에만 벌써 6개 성공, 실패는 하나도 없다... '40도루도 가능할 듯'
이 도루로 김하성은 개인 최초는 물론, 아시아 내야수 최초 40도루 달성까지 5개만을 남겨놓게 됐다. 사실 아시아 최다 도루 기록은 일본의 '살아있는 전설' 스즈키 이치로가 보유하고 있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였던 2001시즌 당시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무려 56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치로는 그해 홈런을 8개 터트렸다. 이어 2006시즌 45도루(9홈런), 2008시즌 43도루(6홈런), 2010시즌 42도루(6홈런), 2011시즌 40도루(5홈런)까지 5차례 40도루 고지를 밟았다. 참고로 이치로의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5개로 2005시즌에 작성했는데, 김하성의 현 홈런(17홈런) 수보다 적다.
아시아 역사상 20(홈런)-20(도루)을 달성한 내야수는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없었다. 김하성이 홈런을 3개만 때려낸다면 20-20은 물론, 20-30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여기에 20-40까지 넘보고 있는 현 상황이다. 20-20은 이치로도 달성하지 못했으며, 아시아 선수로는 오타니 쇼헤이(LAA)와 추신수(SSG 랜더스) 단 2명만 달성한 바 있다. 놀라운 건 김하성의 막판 괴물급 몰아치기식 도루 본능이다. 김하성은 3월과 4월 5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뒤 5월과 6월에는 각각 4도루에 그쳤다. 하지만 7월부터 페이스를 올리기 시작해 7월과 8월에 각각 8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그리고 아직 9월의 절반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6개나 성공시킨 것이다. 현재 페이스라면 9월에만 10개 이상의 도루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꿈의 40도루도 기대해볼 수 있다. 더욱 놀라운 건 9월에 도루 실패가 아직 한 개도 없다는 점이다.
결국 2루에 선 김하성은 1사 후 소토의 좌전 적시타 따 홈을 밟으며 팀에 첫 득점을 안겼다. 김하성은 팀이 1-2로 뒤진 3회초 무사 2, 3루 기회에서 두 번째 타석에 섰다. 김하성은 초구 체인지업에 배트를 헛돌린 뒤 2구째 몸쪽 존에서 살짝 벗어난 94.6마일(152.2㎞) 싱커를 받아쳤으나 2루 땅볼에 그치고 말았다. 2루수 배튼이 공을 잡은 뒤 홈 송구는 늦었다고 판단, 1루로 뿌리며 김하성만 잡아냈다. 이 사이 3루 주자 배튼이 홈을 밟으면서 김하성이 타점을 추가했다.
김하성은 팀이 4-7로 뒤진 5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세 번째 타석을 밟았다. 여기서 김하성은 과감하게 스톤의 한가운데 95마일(152.9㎞) 싱커를 받아쳤으나 2루 땅볼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양 팀이 7-7로 맞선 6회초. 상대 투수는 바뀐 투수 케일럽 퍼거슨. 2사 2, 3루 기회에서 네 번째 타석에 입장한 김하성은 3구 삼진으로 아쉽게 물러났다. 초구 몸쪽 낮은 공이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게임데이에 따르면 살짝 빠졌다고 나왔는데, 코리 블라저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이어 2구째 바깥쪽 포심 패스트볼을 그냥 지켜본 뒤 3구째 96마일(154.5㎞)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를 헛돌리고 말았다.
김하성은 여전히 양 팀이 7-7로 팽팽히 맞선 9회초 완벽한 작전 수행 능력을 보여줬다. 무사 2루 기회에서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하성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보낸 뒤 2구째 84마일(135.2㎞) 스위퍼에 투수 쪽으로 희생 번트를 시도했다. 결과는 완벽한 성공이었다. 이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안타와 소토의 스리런포가 터지면서 김하성의 번트 성공이 더욱 빛을 발했다.
이날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는 같은 지구 라이벌답게 뜨거운 경기를 펼쳤다. 1회초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의 선제 득점으로 앞서가자 다저스는 곧바로 이어진 1회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선두타자 베츠가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동점 솔로포를 터트렸다.(1-1) 상승세를 탄 다저스는 2회말 승부를 뒤집었다. 선두타자 마르티네스의 볼넷과 1사 후 테일러의 좌전 안타, 아웃맨의 볼넷으로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로하스가 2구째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면서 3루 주자 마르티네스가 득점했다.(1-2) 그러자 샌디에이고는 3회말 무사 2, 3루 기회에서 김하성의 2루 땅볼 때 3루 주자 배튼이 홈인,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렸다.
그렇지만 다저스도 가만있지 않았다. 3회말 1사 먼시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를 작렬시켰다.(2-3) 이어 마르티네스의 내야 안타와 헤이워드의 좌전 2루타로 만든 2,3루 기회에서 테일러가 우전 적시타를 터트렸다.(2-4)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로하스의 볼넷으로 만든 2사 만루에서 베츠의 타구가 좌중간 외야를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이때 한 비매너 관중이 글러브를 경기장 안으로 내밀며 낚아챈 뒤 도망갔고, 급기야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심판진은 잠시 모여 이야기를 나눈 뒤 관중 개입으로 인한 3타점 인정 2루타를 선언했다. 점수는 7-2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여기서 승부가 기우는 듯했지만, 샌디에이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4회초 선두타자 마차도가 좌월 솔로포를 터트리며 7-3을 만들었다. 이어 보가츠가 우익선상 2루타를 친 뒤 프로파의 유격수 땅볼 때 3루까지 갔고, 캄푸사노의 3루 땅볼 때 득점했다.(7-4) 그리고 마침내 6회 승부를 재차 원점으로 돌렸다. 선두타자 소토의 중전 안타에 이어 후속 마차도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7-6) 이어 프로프와 캄푸사노의 연속 안타에 이어 배튼이 중전 적시 2루타를 치며 2루 주자 프로파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7-7 원점.
결국 9회초 샌디에이고가 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선두타자 그리샴이 좌익수의 실책을 틈타 2루까지 간 뒤 김하성의 희생번트 때 3루에 안착했다. 타티스 주니어의 내야 안타로 만든 1, 3루 기회에서 소토가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계속해서 2사 후 보가츠가 우월 솔로포를 쳐내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는 9회말 1사 후 프리먼의 우중간 안타와 스미스의 12구 승부 끝 볼넷으로 2사 1, 2루 기회를 만든 뒤 마르티네스가 중전 적시타를 터트렸으나 거기까지였다. 결국 경기는 샌디에이고가 11-8로 승리했다.
샌디에이고 선발 아빌라가 2⅔이닝 6피안타 3볼넷 2탈삼진 7실점(7자책)으로 흔들리며 마운드를 내려온 가운데, 5번째 투수로 등판한 로버트 수아레즈가 1이닝 1탈삼진 퍼펙트 투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다. 투구 수는 8개에 불과했다. 수아레즈는 3승 2패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 중이다. '클로저' 조쉬 헤이더는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1자책)을 마크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장단 14안타를 친 타선에서는 마차도가 5타수 2안타(2홈런) 3타점 2득점, 소토가 5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2득점, 보가츠가 5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각각 펄펄 날았다.
반면 다저스는 선발 스톤이 5⅓이닝 9피안타 1볼넷 2탈삼진 7실점(7자책)을 기록한 뒤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갔다. 9회 마운드에 오른 에반 필립스가 1이닝 3피안타(2피홈런) 1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올 시즌 4패째(1승). 9안타를 친 타선에서는 베츠와 마르티네스, 테일러가 각각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이날 승리로 샌디에이고는 2연패에서 탈출, 시즌 전적 68승 77패를 마크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 반면 다저스는 87승 56패를 기록했다. 순위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