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숙명여고에 25년 만에 우승컵 안긴 새내기 지도자 이은혜 코치
[점프볼=영광/배승열 기자] 지도자로 첫걸음을 내디딘 이은혜 코치가 첫 대회에서 우승은 물론이고 1999년 협회장기 대회 우승 이후 25년 만에 모교에 이 대회 우승컵을 가져왔다.
숙명여고는 지난 5일 전남 영광군 영광스포티움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49회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 영광대회' 여자 고등부 결승에서 선일여고를 87-63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지난해 실업팀과 계약이 끝나고 은퇴했다"고 입을 연 이은혜 코치는 "A코치로 선수들과 함께 생활했고, 지난 3월 1일 정식으로 발령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우리은행 통합 6연패 왕조의 주축 선수였던 이은혜 코치는 2018년 프로 은퇴 후 지난해까지 실업팀에서 활약했다.
그가 은퇴 후 곧바로 모교에서 지도자로 시작하기까지 주변에서 많은 도움도 있었다. 이은혜 코치는 "지도자를 계획했다기보다는 은퇴를 결정한 시점에서 조준미 선생님으로부터 같이 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좋은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며 "많은 분이 믿고 추천해주셨다. 잘할 거라는 응원도 많았다. 숙구회(숙명농구회) 선배님들도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드리며, 내가 잘한 것보다 선수들이 잘해서 우승한 결과다. 선수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지도자 생활을 하기 전까지 이은혜 코치는 오랜 시간 코트 위에서 플레이했던 만큼 벤치에서 선수들을 이끌고 농구 하는 것은 다르고 어색했을지도 모른다.
이은혜 코치는 "처음에는 '왜 저게 안 되지?'하는 생각이 간혹 들어 힘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 나도 저랬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선수들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주면서 이해하게 됐다. 선수들도 잘 따라와 주면서 지도자로서 나도 배우고 있다"고 새내기 코치의 적응기를 전했다.
이어 "선수들이 얽매이지 않는 농구를 했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강제하고 시켜서 코트 안에서 뛰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열심히 뛰며 플레이하길 원한다. 성인이 되면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는다. 지금은 내가 화도 내지만, 선수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숙명여고는 협회장기에 앞서 지난 3월 춘계 연맹전은 선수들의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다. 출전한 첫 대회에서 우승한 숙명여고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는 물론이고 미래도 기대되는 팀이다. 연계 학교 숙명여중 지도자 방지윤 코치의 케미스트리 또한 남부럽지 않기 때문.
이은혜 코치는 "선배 방지윤 선생님도 너무 잘 챙겨주신다. 서로 뜻도 잘 맞아서 앞으로 숙명 농구가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숙명여중도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함께한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말했다.
이은혜 코치는 "내가 초보라 걱정이 많았던 대회였다. 선수들에게 '내가 초보라서 지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선수들이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줘서 너무 고맙다"며 "선수들이 내게 답답한 것도 있었을 텐데 끝까지 믿고 따라와줘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춘계 연맹전에 나가지 못해 속상했는데, 첫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만들어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