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 제압’도 퍼펙트하게…부산 KCC “슈퍼팀 기세 몰아 2차전도 잡는다”
4강 1차전, 12점 차 DB 완벽 제압
라건아 34점 19리바운드 맹활약
‘짠물 수비’로 빅맨 3인방 무력화
수비 성공→속공·외곽포 ‘선순환’
PO 4경기서 완전히 다른 팀 변모
존슨 부상 돌발 변수 “출전 불투명”
수비 성패가 2차전 승리 향방 좌우KCC 송교창(오른쪽)이 15일 프로농구 4강 PO 1차전 DB와 원정 경기에서 덩크슛을 성공시킨 뒤 라건아와 세리머리를 하고 있다. KBL 제공
프로농구(KBL) ‘슈퍼팀’ 부산 KCC가 4강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거함 원주 DB를 완파하고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앞서 서울 SK와 6강 PO 스윕승을 포함하면 ‘봄 농구’ 4연승 질주다. 완벽한 공수 밸런스로 퍼펙트 게임을 이어가고 있는 KCC는 기세를 몰아 원정에서 2차전까지 잡고, 안방에서 ‘DB산성’을 허물겠다는 각오다.
올 시즌 우승후보로 꼽히다 정규리그 5위(30승 24패)에 그친 KCC는 플레이오프 들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2023-2024 KBL 4강 1차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DB에 시종일관 공세를 퍼부으며 12점 차(95-83)로 제압했다. 6강 PO 세 경기까지 포함해 모든 경기를 두 자릿수 점수 차로 이기며,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일단 눈에 띄는 건 KCC의 가공할 공격력이다. 라건아·허웅·최준용·송교창·이승현까지 국가대표급 라인업이란 명성에 걸맞게 매 경기 맹폭을 퍼부었다.
정규리그 54경기에서 평균 88.6득점을 기록한 KCC는 플레이오프 들어 4경기 평균 93.0득점으로 4.4점이나 상승했다. 빠른 공수 전환과 공격시간 24초에 얽매이지 않는 얼리 오펜스(조기 공격)로 상대 수비진을 괴롭힌 결과다. 주전 멤버 누구든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슈퍼팀 라인업이기에 가능한 전술이다.
화려한 공격력에 상대적으로 가려졌지만 수비 지표는 더욱 놀랍다. KCC는 정규리그 평균 87.5점을 내줬지만, 봄 농구 들어 73.8점만 허용하며 그야말로 ‘짠물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평소 이타적인 플레이를 강조해온 전창진 감독의 지휘 아래 정규리그 때 점차 손발을 맞춰가던 수비 조직력이 플레이오프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완성된 모습이다. 끈질긴 수비에 이은 속공으로 상대가 수비를 갖추기 전 득점을 올리고, 기세를 타면서 외곽포까지 덩달아 터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KCC는 특히 4강 1차전에서는 리그 최강 공격력을 갖춘 DB를 상대로 83점만 허용했다. 여섯 차례 맞대결에서 평균 95실점한 정규리그 때와 비교하면 전혀 다른 팀이다.
이날 KCC는 디드릭 로슨과 강상재·김종규의 빅맨 3인방을 효과적으로 저지하며 ‘DB산성’에 균열을 냈다. 로슨에게 27점을 내줬지만, 강상재와 김종규를 각각 8점과 2점으로 묶었다. 이에 더해 KCC 캘빈 제프리 에피스톨라가 정규리그 MVP 이선 알바노를 전담 마크하며 12점으로 막는 데 성공했다.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42-24로 KCC가 압도했다. 공격 리바운드는 5개, 수비 리바운드는 13개나 더 따냈다. 라건아가 골밑을 종횡무진 휘저으며 34점 19리바운드를 올렸고, 송교창도 22점 7리바운드로 힘을 보탰다.
결국 2차전 승패의 향방도 수비가 좌우할 전망이다. DB 김주성 감독에겐 KCC 수비 파훼법을 찾아야 할 과제가 주어졌다.
역대 KBL 4강 PO에서 1차전을 먼저 이긴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확률은 78.8%(52회 중 41회)나 된다. 정규리그 5위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적은 한 차례도 없다. KCC가 챔프전에 오르면 리그 새 역사를 쓴다.
KCC는 부상이란 돌발 변수가 생겼다. 외국인선수 알리제 드숀 존슨이 1차전에서 1쿼터 5분여를 뛰다 왼쪽 발목을 접질러 예정보다 일찍 라건아와 교체됐다. 이 때문에 외국인 듀오 로슨(24분 23초)과 제프 워디(15분 37초)가 나눠 뛴 DB와 달리 KCC는 라건아가 34분 넘게 책임져야 했다. 하루 걸러 진행되는 숨가쁜 PO 일정 속에 존슨의 결장이 길어질 경우 라건아에게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존슨은 현재 발목이 부어올라, 2차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KCC와 DB의 4강 PO 두 번째 맞대결은 17일 오후 7시 강원도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다. 이후 KCC 홈인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19일과 21일 3·4차전을 치른다.
KCC 라건아가 15일 프로농구 4강 PO 1차전 DB와 원정 경기에서 덩크슛을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KCC 허웅이 15일 프로농구 4강 PO 1차전 DB와 원정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