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패패패패패패패' 1660일 만에 8연패→21년 만에 최악의 스타트…'총체적 난국'의 롯데, 엘롯라시코 루징시리즈 확정 [M…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투수가 잘 던지면 타석이 고개를 숙이고, 마운드가 선방하면 공격이 터지지 않는 등 아무리 봐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무려 1660일 만에 8연패에 빠지면서 21년 만에 최악의 스타트를 끊게 됐다.
롯데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 팀 간 시즌 2차전 '엘롯라시코' 라이벌 맞대결에서 5-6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패배로 루징시리즈가 확정됐으며, 무려 8연패의 수렁에 빠지게 됐다.
▲ 선발 라인업
롯데 : 김민석(중견수)-이학주(유격수)-이정훈(지명타자)-빅터 레이예스(지명타자)-전준우(좌익수)-정훈(1루수)-박승욱(3루수)-손호영(2루수)-정보근(포수), 선발 투수 이인복.
LG : 홍창기(우익수)-문성주(좌익수)-김현수(지명타자)-오스틴 딘(1루수)-문보경(3루수)-오지환(유격수)-박동원(포수)-박해민(중견수)-신민재(2루수), 선발 투수 임찬규.
전날(16일) 선발 애런 윌커슨의 분전 속에서 중반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롯데.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타선이 큰 힘을 내지 못한 것은 물론 불펜까지 무너지면서 2-7로 무릎을 꿇었고, 7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롯데가 7연패에 빠진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233일 만이었다. 게다가 두산 베어스 시절 최다 연패가 6연패였던 김태형 감독은 사령탑 부임 이후 처음으로 7연패의 늪에 빠지게 됐다.
이에 롯데는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를 가져갔다. 전날(16일) 세 번의 득점권 찬스를 놓친 윤동희를 제외한 것. 그리고 처음 선발 라인업을 발표한 이후 약 20분 만에 또 한 번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이학주를 비롯해 이정훈을 4번 타자 앞쪽에 배치, 이학주가 들어오면서 교통정리가 필요한 내야에는 김민성을 빼고 박승욱을 남겨뒀다. 최근 감이 좋지 않지만, 임찬규를 상대로 통산 성적이 12타수 6안타로 좋았던 까닭이다.
김태형 감독의 이같은 선택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선취점이 바로 박승욱의 방망이에서 나온 까닭이다. 1회 2사 1, 3루의 득점권 찬스를 놓친 롯데는 2회초 공격이 시작됨과 동시에 선두타자 정훈이 2루수 방면에 내야 안타를 터뜨리며 물꼬를 텄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박승욱이 LG 선발 임찬규의 5구째 127.7km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낮은 코스로 향하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돌렸다.
박승욱이 퍼올린 타구는 무려 163.6km의 속도로 뻗어나갔고,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투런홈런으로 연결됐다. 올 시즌 첫 번째 홈런. 이날 경기 전까지 19경기에서 4안타 타율 0.121 OPS 0.315의 부진을 홀가분하게 털어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롯데의 리드는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1회 2사 2루의 실점 위기를 잘 남겼던 선발 이인복이 LG 타선을 상대로 집중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인복은 2회 선두타자 문보경에게 7구째 141km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당해 좌중간에 2루타를 허용하며 다시 한번 위기 상황에 놓였다. 여기서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오지환과 맞붙었는데, 그 결과 2구째 143km 투심에 다시 한번 안타를 맞았고, 이때 2루 주자였던 문보경을 막아내지 못하면서 첫 실점을 기록했다. 위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인복은 후속타자 박동원에게도 안타를 내주면서 1, 3루 위기에 봉착했다.
실점은 이어졌다. 이인복은 계속되는 1, 3루 위기에서 박해민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 이인복은 3회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문성주를 3루수 박승욱의 실책으로 내보내는 악재 속에서도 후속타자 김현수의 땅볼 때 모든 주자를 지워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는데, 후속타자 오스틴에게 2루타를 맞더니, 문보경에게 역전 적시타를 내주면서 리드를 빼앗겼다.
롯데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이날 첫 번째 타석에서 좌익수 방면에 홈런성 타구를 만들어냈고, 두 번째 타석에서도 잘 맞은 타구가 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우익수 정면으로 향했던 전준가 세 번째 타석에서 임찬규를 상대로 2구째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로 형성되는 140.4km 직구를 힘껏 잡아당겼고,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3호 동점 홈런을 터뜨리면서 다시 한번 균형이 맞춰졌다. 타구속도 165.2km, 비거리 111m.
2~3회 실점 이후 무실점으로 순항하던 이인복이 무너진 것은 6회였다. 이인복은 이닝 시작과 동시에 오스틴과 무려 8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쳤으나 볼넷을 내주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앞선 두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2루타를 허용했던 문보경과 맞대결. 여기서 이인복은 문보경을 상대로 몸쪽 낮은 코스에 133.9km 투심을 던졌는데, 문보경이 이를 힘껏 잡아당긴 결과 타구속도가 무려 170.9km의 투런홈런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승기는 LG 쪽으로 기울었다.
롯데는 8회초 선두타자 정훈이 LG의 바뀐 투수 박명근을 상대로 안타를 쳐내며 기회를 잡았다. 김태형 감독 또한 황성빈을 대주자로 기용하면서 승부수를 띄웠는데, 이날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던 박승욱과 손호영이 범타로 물러나며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후 정보근이 안타를 쳐내며 1, 3루 기회를 손에 넣었으나, 이번에는 김민석이 고개를 숙이며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롯데는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타자 대타 김민성이 LG의 마무리 유영찬의 6구째 136km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좌익 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를 터뜨리며 기회를 잡더니, 후속타자 이정훈이 3구째 135km 포크볼을 공략해 이번에는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터뜨림과 동시에 김민성을 홈으로 불러들이며 LG를 턱 밑까지 추격했다. 이후 레이예스가 삼진, 전준우가 2루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더이상의 추가점을 뽑아내지 못하는 듯했다. 그런데 유영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롯데는 역전까지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경기를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이끄는데 성공했다. 롯데는 이어지는 2사 3루에서 박승욱과 최항이 연속 볼넷을 얻어내며 만루 찬스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손호영이 극적인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다만 계속되는 대량 득점 찬스에서는 정보근이 흔들리고 있는 유영찬의 초구를 건드린 결과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다시 리드를 손에 넣지는 못했다. 이 결과는 최악으로 연결됐다.
롯데는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가기 위해 9회말 '장발클로저' 김원중을 투입했는데,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안타를 맞은 뒤 신민재에게 볼넷을 헌납하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좀처럼 안정을 잡지 못한 김원중은 결국 홍창기에게도 볼넷을 내주며 만루에 몰렸다. 그리고 안익훈에게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맞아 엘롯라시코의 루징 시리즈가 최종 확정됐다.
이날 패배로 롯데는 수많은 불명예 기록을 만들어냈다. 롯데는 2019년 9월 28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10월 1일 키움 히어로즈와 맞대결 이후 무려 1660일 만에 8연패의 늪에 빠지게 됐다. 그리고 이 패배로 4승 16패를 기록하게 됐는데, 이는 KBO리그 역대 개막 이후 20경기 최저 승률 공동 6위(0.200)에 랭크됐고, 지난 2003년(2승 16패 2무)에 이어 21년 만에 20경기에서 16패를 당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