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 김종국 감독 유임한 나비효과가 이렇게…KIA ‘높으신 분’ 반성과 책임은 없을까
KIA 타이거즈가 단장에 이어 감독까지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나는 흑역사를 남겼다. 그것도 28년 타이거즈 원클럽맨으로 선수와 지도자 생활까지 이어온 김종국 감독이 현역 사령탑 초유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있기에 더 충격파가 크다. 3개월 전 김종국 감독을 유임한 나비효과가 이렇게 나왔다. 과연 KIA 구단 ‘높으신 분’의 책임은 없는 걸까.
KIA 구단은 1월 29일 “지난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고, 오늘 자체 조사를 통해 현재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하여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 해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금품수수 의혹에 휩싸인 김종국 감독은 계약기간 1년을 남기고 불명예 퇴진을 당했다. KIA는 당분간 사령탑 없이 스프링캠프를 진행해야 한다. KIA 구단은 곧바로 공식 사과문도 발표했다.
KIA 타이거즈 최준영 대표이사(가운데). 사진=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 최준영 대표이사. 사진=KIA 타이거즈
KIA 구단은 ‘팬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KIA 구단은 ‘KIA 타이거즈는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타이거즈 팬과 KBO 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팬, 그리고 KBO 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습니다.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김종국 감독과 면담을 통해 즉시 사실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수사 결과와 관계 없이 금품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상 정상적인 시즌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KIA 타이거즈는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되어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사과문을 전달했다.
김종국 전 감독은 구단 후원업체와 관련해 금품수수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정석 전 단장 뒷돈 의혹을 조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이일규 부장검사)는 1월 24일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1월 30일 오전에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해 구속 여부 판결을 기다린다.
당분간 감독 없이 스프링캠프를 이끌어 가야 하는 진갑용 수석코치. KIA 선수단이 1월 30일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를 위해 출국하는 가운데 김종국 전 감독은 그보다 하루 앞선 29일 팀 코칭스태프와 함께 호주로 출국을 먼저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KIA 구단이 감독 직무정지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 당연히 김종국 전 감독은 29일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KIA 구단은 큰 충격에 빠졌다. 당장 스프링캠프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팀 수장이 복귀 기약이 없는 까닭이다. 2024시즌 팀 전력 구성과 방향성을 점검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스프링캠프에서 감독이 자리를 비우는 건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다. KIA 구단은 진갑용 수석코치에게 당분간 스프링캠프를 지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겼다.
KIA는 예정대로 29일 코치진이 먼저 호주 캔버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 현장에는 진갑용 수석코치가 코치진을 대표해 취재진 앞에 섰다.
진 코치는 먼저 진행한 방송사 인터뷰 도중 김종국 감독과 관련한 질문에 눈물을 왈칵 쏟아내기도 했다. 진 코치는 잠시 인터뷰를 멈추고 감정을 추스른 뒤 다시 마이크 앞에 섰다.
진 코치는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됐기에 아직까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도 소식을 언론을 통해서 들었다. 단장님과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책임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코치진과 잘 의논하면서 캠프 루틴을 잘 지켜주길 주문하셨다. 나는 캠프 책임자라고 생각하면서 훈련에 임하겠다”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KIA 선수단 동요를 막는 게 최우선 과제다. 진 코치는 “선수들이 아마 크게 놀랐을 거다. 너무 독려하기보다는 항상 우리가 했던 대로 운동하자고 말하려고 한다. 선수들도 잘 준비해서 올 것으로 믿는다. 캠프 현장에서 만나서 잘 얘기해보겠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진 코치는 눈물을 보인 것과 관련해 “(마음이) 조금 그래서”라며 착잡한 표정과 함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결국, 김종국 감독과 계약 해지를 결정한 KIA는 1월 30일 선수단 출국과 함께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 일정을 시작한다. 스프링캠프 출국을 코앞에 두고 일어난 일이라 감독 공백을 수습하는 건 쉽지 않은 과제다. 당장 2024시즌 코치진 구성이 완료된 상황이라 새로 오는 감독도 자신이 원하는 코치진으로 재구성하기가 어렵다. 여러모로 진퇴양난에 빠진 KIA 분위기다.
사실 KIA는 4개월 전 2023시즌 정규시즌 막판 계약 기간이 1년 더 남은 김종국 감독의 유임 혹은 경질 여부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2023시즌 팀 전력 대비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점을 두고 구단 내부적으로 사령탑 교체 가능성에 대한 분위기가 분명히 있었다. 시즌 막판 차기 감독 후보군을 찾으려는 KIA의 물밑 움직임에 대해서도 야구계에서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김종국 감독은 경질이 아닌 유임으로 2024시즌까지 기존 계약 기간을 지키게 됐다. 당시 단장 윗선에서 막판 김종국 감독 유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종국 감독 유임이라는 결정은 현역 사령탑 초유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와 더불어 스프링캠프 출국 하루 전 계약 해지라는 최악의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결과적으로 2022시즌을 앞두고 최준영 대표이사가 직접 인선한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란 인사 조합은 2년 연속 단장·감독 불명예 퇴진이란 결과물을 낳았다.
이번 KIA 사태를 지켜 본 타 구단 관계자는 “2년 연속으로 단장과 감독이 불명예 퇴진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건 결국 그 인사를 선임한 최고경영자의 책임이 아닌가. 모그룹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았더라도 그게 전문성이 필요한 야구단까지 잘 적용된 건지는 의문이다. 구단 고위층 인사 검증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 게 아닐까 싶다. 또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때도 똑같은 인사 과정을 반복한다면 또 다른 실패를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KIA는 과거부터 지연과 학연에서 비교적 자유롭지 못한 구단이란 인식이 야구계에 있었다.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본다면 2024년에도 여전히 그 편견의 시선은 유효한 분위기다. 이제는 명문 구단답게 과거의 적폐와는 완전히 결별해야 한다.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 선임을 결정한 최준영 대표이사부터 통렬한 반성과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