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 참사 막았다…'월드컵 조현우처럼' 김정훈 선방쇼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중국은 동아시아 축구 강국이 되겠다는 포부가 있었지만 한국과 일본의 벽은 넘지 못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벽은 중국에 특히 높았다. 남자 국가대표팀 기준으로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역대 37차례 맞붙어 22승 13승 2패라는 절대적인 상대 전적을 기록했다. '공한증'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19일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 B조 2차전은 중국으로서 '공한증'을 깰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경기였다.
중국이 준비한 역습 전술은 적중했다. 특유의 거친 수비와 함께 중원부터 최전방까지 아우르는 강한 압박으로 한국의 빌드업을 끊어 내면서 여러 차례 역습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초중반은 완전한 중국의 흐름이었다. 전반 11분엔 한국의 공격을 끊어 내고 공격수와 수비수 2대2 구도를 만드는 아찔한 장면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공한증을 넘겠다는 중국의 꿈을 김정훈 골키퍼가 무너뜨렸다. 김정훈은 중국이 역습으로 만든 득점 기회를 모두 차단했다.
전반 11분 성공적인 역습으로 기세를 올린 중국은 압박 강도를 높였다. 결국 4분 뒤 최전방 공격수 베흐람 압두왈리가 한국 최종 수비수 서명관으로부터 공을 따냈다. 순식간에 일대일 기회가 만들어졌다.
압두왈리는 침착하게 슈팅 각도를 만든 뒤 반대편 골문을 향해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김정훈 골키퍼가 무게 중심을 낮춘 뒤 왼손으로 날아가는 공을 쳐냈다. 완벽한 득점 기회라고 생각했던 압두왈리는 머리를 감싸쥐며 크게 아쉬워했다.
이어 전반 23분 다시 김정훈 골키퍼가 빛났다. 이번에도 역습으로 한국 수비진이 무너지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오른쪽 측면
전반 23분 다시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이번에도 역습으로 수비 조직이 무너졌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류주룬이 한국 수비수를 제치고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날렸다. 그러자 골문 안쪽으로 향하는 공을 김정훈 골키퍼가 몸을 날려 걷어 냈다.
김정훈 골키퍼의 선방으로 중국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모두 막아 낸 한국은 전반 33분 이영준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전반 초중반 한국을 상대로 경기를 장악했던 중국은 경기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반 23분 다시 김정훈이 한국을 구했다. 수비 실수로 만들어졌던 중국의 일대일 기회를 빠르게 달려나와 막아 냈다.
공교롭게도 위기를 넘긴 뒤 이후 곧바로 득점이 터졌다. 이번에도 이영준이 곧바로 중국 골망을 흔들었다.
김정훈은 전북 현대 유소년 시절부터 잠재력이 큰 골키퍼로 평가받았다. 김천 상무에서 병역을 해결하고 2023년 돌아왔는데 송범근과 이범수가 각각 쇼난 벨마레와 부천 FC 1995로 이적하면서 1군에서 등번호 1번과 함께 출전 시간을 받았다.
전북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김정훈과 2026년까지 계약을 연장하면서 그에게 담긴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선홍 감독의 눈에 들어 23세 이하 대표팀에 꾸준히 소집된 김정훈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이광연과 민성준에게 밀려 출전하지 못했지만,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열린 WAFF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맹활약으로 대표팀 내 위상을 바꿨다. 8강전 태국과 경기에서 여러 차례 선방으로 무실점 승리에 앞장섰고 결승전에선 승부차기에서 상대 4번 키커와 5번 키커 슈팅을 막아 내면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WAFF 대회에서 활약으로 이번 대회에선 백종범과 신송훈을 밀어 내고 주전 골키퍼로 낙점받았다.
한국은 이날 김정훈의 선방 퍼레이드와 이영준의 멀티골에 힘입어 중국을 2-0으로 꺾었다. 아랍에미레이트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둔 한국은 승점을 6점으로 쌓아 한 경기를 덜 치른 일본을 제치고 B조 1위로 올라서는 동시에 상위 2위를 확보하고 8강 진출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