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 제왕’ 김홍택, 7년만에 필드도 접수
‘스크린골프의 제왕’으로 불리는 김홍택(31)이 초록빛이 완연한 필드에서 7년 묵은 우승 갈증을 풀었다.
김홍택은 5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골프장에서 열린 제43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촌라띳 츤분응암(26·태국)과 합계 10언더파로 공동선두에 올랐다. 이어 18번 홀(파4)에서 열린 1차 연장전에서 파를 잡아내 이 홀에서 보기를 기록한 츤분응암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2승째를 챙긴 김홍택은 이날 우승 상금 3억원을 받았다. 또,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5년 시드와 함께 아시안 투어 2년 카드도 획득했다.
김홍택은 스크린골프 G투어에서 통산 최다인 12승을 거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키 1m73㎝, 체중 75㎏으로 체격은 작아도 근력이 뛰어나 270~280m를 넘나드는 장타를 때린다. 골프 전문가들은 김홍택을 두고 “스크린골프 실력의 반만 발휘해도 KPGA 투어에서 밥 먹듯이 우승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2017년 8월 동아회원권그룹 부산 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좀처럼 정상과 연을 맺지 못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KPGA 투어 그린적중률 1위를 기록했지만, 최고 성적은 2021년 9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기록한 공동 4위였다. 그러나 이날 메이저급 대회로 분류되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스크린골프와 실제 필드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형 선수’의 입지를 굳혔다.
부슬비가 내린 최종 라운드에서 전반 9홀을 마칠 때까지 김홍택의 우승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합계 8언더파로 출발한 김홍택은 전반 버디 2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2타를 잃어 상위권에서 멀어졌다. 이 사이 13언더파 단독선두 이정환과의 격차는 한때 7타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김홍택의 아이언샷은 후반 들어 살아났다. 13~15번 홀에서 3연속 버디를 포함해 후반 9홀에서 4개의 버디를 잡아낸 끝에 츤분응암과 공동선두(합계 10언더파)가 됐다.
승부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가려졌다. 우드를 잡은 김홍택의 티샷은 왼쪽 페어웨이 옆 러프에 떨어졌다. 반면 드라이버를 잡은 츤분응암의 티샷은 왼쪽 언덕 아래 벙커로 빠졌고, 두번째 샷마저 벙커 턱을 맞고 멀리 가지 못했다. 결국 김홍택은 이 홀에서 파세이브에 성공한 반면 츤분응암은 3온 2퍼트로 보기를 했다.
김홍택은 “스크린골프의 경험이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당분간 시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 기쁘다. 또, 어린이날을 맞아 딸에게 좋은 선물을 하게 돼 뿌듯하다”고 했다.
이날 경북 구미시 골프존카운티 선산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교촌1991 레이디스오픈에선 박지영이 합계 13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