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도라도 다 들렸어요"…잠실 꽉 채운 삼성팬 화력, 20살 영건 '감격 첫승' 원동력이었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응원 소리 잘 들렸습니다. 엘도라도도 다 들렸어요."
삼성 라이온즈 2023년 1라운드 우완 이호성(20)이 잠실 만원 관중 앞에서 시즌 첫 승을 챙긴 소감을 밝혔다. 이호성은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89구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2실점(1자책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첫 승(2패)이자 개인 통산 2번째 승리를 챙겼다.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 신기록으로 종전 기록은 5이닝이 2차례 있었다. 마지막 5이닝 투구 경기는 지난해 10월 6일 수원 kt 위즈전이었다. 올해는 3⅔이닝이 가장 잘 던진 내용이었다. 삼성은 9-2로 역전승하면서 5월 첫 승을 신고했다.
이호성은 상대 외국인 2선발 브랜든보다 더 오래 마운드를 지키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직구(40개)에 슬라이더(23개), 체인지업(14개), 커브(12개)를 섞어 던지면서 두산 타선을 요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 평균 구속은 142㎞로 공이 빠른 편은 아니었으나 공격적으로 잘 들어갔다.
1회초 타선이 이호성의 부담을 덜어주려 했다. 2사 2루에서 맥키넌이 좌중월 적시 2루타를 날려 1-0 선취점을 뽑았다. 이호성은 2회말 곧장 동점을 허용하면서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선두타자 강승호에게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볼카운트 3-1로 몰리면서 시속 141㎞짜리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고자 했는데 강승호의 배트에 제대로 걸렸다.
5회말에는 경기가 뒤집혔다. 이호성은 선두타자 박준영을 유격수 왼쪽 내야안타로 내보냈다. 조수행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고, 정수빈 타석 때 강민호의 패스트볼로 박준영이 3루까지 갔다. 정수빈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쳐 1-2가 됐다. 이때만 해도 이호성은 패전을 떠안을 줄 알았다.
삼성 타선은 6회초 대거 4점을 뽑으면서 5-2로 경기를 뒤집었다. 무사 만루 기회에서 김영웅이 우전 적시타로 2-2 균형을 맞추면서 브랜든을 끌어내렸고, 이성규의 적시타에 힘입어 3-2로 뒤집었다. 이후 류지혁의 유격수 땅볼 타점, 김성윤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묶어 3점차로 달아나면서 이호성에게 승리투수 요건을 안겼다.
이호성은 6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 양의지를 좌익수 뜬공, 김재환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자기 임무를 완벽히 수행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가운데 우완 이승현에게 공을 넘겼다.
이호성은 경기 뒤 원정 경기인데도 뜨거운 응원을 보낸 삼성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평일이었으나 근로자의 날이라 잠실 2만3750석이 매진됐다. 두산 홈팬들만큼이나 많은 삼성 팬들이 경기장 절반을 채웠고, 승리의 응원가인 엘도라도는 경기 내내 잠실야구장에 크게 울려 퍼졌다.
이호성은 "만원 관중 앞이라 떨렸다기보다는 삼성 팬들로 경기장이 꽉 들어차서 그래서 뭔가 더 긴장감이 올라왔던 것 같다. 마운드에서 응원 소리가 다 들렸다. 엘도라도도 들렸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시즌 5경기 만에 나온 첫 승에 부담을 조금 덜어냈다. 이호성은 앞선 4경기에서 2패, 12⅓이닝, 평균자책점 5.11에 그쳤다. 3⅔이닝이 가장 마운드에서 길게 버틴 기록이었으니 부진이 조금 더 길어지면 선발 자리를 내놓아야 할 위기였다.
이호성은 "작년에는 2경기 만에 첫 승을 해서 승리가 그렇게 귀한 줄 몰랐다. 계속 부진하고 있고, 심적으로도 조금씩 힘들고 위축되다 보니까 첫승을 했을 때 진짜 마음이 홀가분해지더라. 앞으로 이런 승리를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앞선 경기에 다 계속 부진하고 있었고, 선발투수로서 조금 이닝을 더 끌어줘야 하는데 못 챙겨줘서 스스로 되게 위축됐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그냥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마운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해야겠다고 하니까 오늘(1일) 괜찮은 결과가 많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승리는 자신이 잘 던졌다기보다는 운이 더 따랐다고 했다. 생애 첫 퀄리티스타트 기회를 놓친 아쉬움은 있으나 투구 내용에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이호성은 "(퀄리티스타트를 놓쳐)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코치님과 감독님이 이제 다른 계획이 있으신 것이고, 그래서 나는 팀이 이길 수만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다 받아들일 수 있다. 오늘 긴 이닝을 던진 것은 운이 조금 많이 좋았던 것 같다. 운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열심히 더 발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날 이호성의 뒤에 2024년 1라운드 전체 4라운드 지명 신인 육선엽을 마운드에 올렸다. 9-2로 앞선 7회말 등판한 육선엽은 1사 후에 라모스를 스트레이트 볼넷, 박계범을 좌전 안타, 조수행을 다시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만루 위기에 놓였으나 정수빈을 유격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면서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전을 마쳤다. 육선엽은 당장 이호성과 5선발 경쟁을 펼쳐도 손색없다는 평가다.
이호성은 "감독님과 코치님이 기회를 주셔서 계속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생각을 하고 있다. 5선발은 크게 머리에 두지 않고 있다. 그냥 경기에 이길 수만 있다면 팀에 보탬만 된다면 그런 생각만 지금 하고 있다"며 첫 승의 기운이 쭉 이어지길 바랐다.
박 감독은 경기 뒤 "이호성이 선발로서 제 몫을 다해 주며 첫 승을 올린 것을 축하한다. 씩씩하게 자기 볼을 던진 당당함에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도 해본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