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부상 악재 극복 못한 흥국생명, 42G 소화한 김연경+2년 연속 챔프전 준우승 이유[V-리그 결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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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부상 악재 극복 못한 흥국생명, 42G 소화한 김연경+2년 연속 챔프전 준우승 이유[V-리그 결산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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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올해도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흥국생명은 2023-24시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2022-23시즌 멤버에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를 영입하면서 중앙을 강화했다. 약점을 보완하고 새 시즌에 나선 것. 시즌 초반 9연승을 질주하며 강한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부상 이슈를 극복하지 못했다.

시즌 시작 전부터 아웃사이드 히터 김다은,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이 각각 어깨, 무릎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정규리그 4라운드 이후 외국인 선수 교체도 단행했다. 옐레나 므라제노비치 대신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을 영입해 반전을 꾀했다. 주전 세터 이원정도 시즌 내내 무릎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팀 내 에이스 김연경은 정규리그 36경기, 플레이오프 3경기, 챔피언결정전 3경기까지 모두 소화해야 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김연경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여유가 없었다.

타 팀들도 부상 이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코트 복귀를 기다렸고, 적절한 시기에 재정비 끝에 팀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 버틸 힘이 부족했던 흥국생명이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내내 숨 돌릴 틈도 없이 선두 경쟁을 펼쳤다. 정규리그 6라운드 페퍼저축은행전에 패하면서 결국 현대건설에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내줬고, 정관장과 플레이오프 3차전 혈투 끝에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아웃사이드 히터 공격력까지 동시에 살린 현대건설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18-19시즌 이후 챔피언 등극을 노린 흥국생명은 2021, 2023, 2024년 모두 준우승의 아쉬움을 남겼다.

흥국생명 발목 잡은 부상 악재
아본단자 감독은 2022-23시즌 도중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았고, 2023년 비시즌에는 온전히 새 시즌 준비에 나섰다. 디테일한 훈련으로 선수들과 함께 했다. 다만 비시즌부터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다. 대표팀에 발탁된 김다은은 어깨를 다쳤고, 리베로 김해란도 무릎으로 인해 7월 팀에 합류했다. ‘이적생’ 김수지도 오른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다. 부상으로 2022-23시즌 쉬었던 세터 박혜진도 컨디션,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했다. 새롭게 기회를 얻은 미들블로커 김채연이 시즌 시작부터 함께 했지만 역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무엇보다 주전 세터, 리베로 부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원정이 무릎 통증을 안고 시즌을 소화해야 했다. 시즌 도중 결장을 하기도 했다. 김다솔이 팀을 이끌기도 했고, 박혜진이 교체 투입됐다. 시즌 막판에는 이원정이 버텼다. 베테랑 김해란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도수빈이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도수빈마저 부상으로 잠시 전력에서 이탈한 바 있다. 김해란, 도수빈이 번갈아 투입됐다. 포스트시즌 중 아본단자 감독은 김해란에 대해 “무릎을 굽히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챔피언결정전 2, 3차전에는 김해란을 선발로 기용했다.

리시브와 연결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외국인 선수 옐레나가 부진할 때는 김연경과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가 쌍포로 나서며 위기를 극복했지만, 윌로우 합류 이후에도 결정적인 순간 공격이 단조로웠다. 중앙 공격과 후위공격 비중도 줄어들면서, 상대가 쉽게 예측 가능한 공격만 나왔다. 공격에서 변화를 줄 카드도 꺼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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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은 정규리그 리시브 6위(효율 33.2%)에 그쳤지만, 득점은 7개 팀 중 가장 많았다. 공격 종합은 4위(성공률 40.3%)였지만, 디그 1위, 서브 2위, 블로킹 3위로 버텼다. 잘 버텼던 흥국생명이지만 우승컵은 들어 올리지 못했다.

레이나가 한 시즌 동안 세 포지션을 소화한 이유, 대체 자원이 없었다
흥국생명의 첫 아시아쿼터 선수인 레이나는 한 시즌 동안 세 포지션을 소화해야만 했다. 미들블로커, 리시빙 아포짓 이후 김연경 대각 자리에 들어서는 아웃사이드 히터가 됐다. 아본단자 감독도 그의 희생에 고마움을 표했다.

레이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177cm 신장에도 탁월한 점프력과 공격력으로 어느 자리에서든 제 몫을 했다. 정규리그 35경기 129세트 출전, 388점을 올리며 득점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어느 포지션에서든 제 역할을 해내며 위기의 팀을 구했다.

레이나가 미들블로커, 리시빙 아포짓,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선 이유는 대체 자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리베로 박수연이 ‘서베로’ 역할을 맡으면서 레이나 대신 후위에 교체돼 제 역할을 해줬고, 미들블로커 변지수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레이나, 윌로우 대신 김미연이 코트를 밟기도 했다. 하지만 확실하게 한 자리를 채워줄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부상 당한 김다은이 정규리그 7경기 9세트 출전에 그쳤고, 프로 3년차 176cm 아웃사이드 히터 정윤주는 4경기 5세트를 소화했다. 프로 5년차 아포짓 박현주 역시 2경기 2세트 출전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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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속공 득점 점유율이 8.4%일 정도로 중앙 공격이 약화된 동시에 레이나 그리고 김연경을 대체할만한 자원이 보이지 않았다. 레이나, 김연경이 쉬지 못한 이유다.

“성장과 변화를 시도하려는 선수가 많지 않아 아쉽다”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마친 뒤 아본단자 감독이 한 말이다.

한국에서의 두 번째 시즌도 준우승으로 마친 아본단자 감독은 “기분이 좋지 않다. 시즌이 시작할 때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시즌을 마치게 됐다. 성장과 변화를 시도하려는 선수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 아쉽다. 내가 추구하려는 변화에 동조하는 선수들이 부족했다”며 일침을 가했다.

이어 “이는 나이에 구애받는 것이 아니다. 김연경, 김수지는 오히려 충분히 역할을 해줬다. 테크닉적으로도, 멘탈적으로도 원했던 발전 방향으로 팀이 나아가지 못했기에 어떻게 보면 예견된 결과였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시즌 내내 아본단자 감독이 강조한 점은 멘탈과 집중력이었다. 세트별, 경기별 기복이 심했던 흥국생명이었기에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썼다. 또 속공, 후위공격이 잘 풀린 날에는 “늘 얘기를 한다”고 말하곤 했다. 늘 준비한 부분이지만 코트 위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매년 나오는 우승팀의 원동력 중 하나는 두꺼운 선수층이다. 흥국생명 역시 성장과 변화를 시도하려는 선수들을 키우며 뎁스를 강화해야 한다. 그 선수들의 힘을 모아 ‘원 팀’의 힘을 드러내야 우승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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