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오세근, KCC는 이승현…슈퍼팀들의 PO 매치가 걸린 아픈 손가락
SK 오세근(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달 31일 KCC와 정규리그 마지막 대결에서 팀 동료 김선형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 끝은 KCC 이승현. KBL 제공
4일부터 시작되는 서울 SK와 부산 KCC와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는 진정한 슈퍼팀을 가리는 승부로 불린다.
프로농구는 정규리그 3~6위가 먼저 6강 PO를 치른 뒤 1~2위가 기다리는 4강 PO(이상 5전 3선승제)를 치른다. SK와 KCC는 정규리그에서 4위와 5위에 그치면서 너무 이른 맞대결을 각오하게 됐다.
개막 전 두 팀의 화제성을 생각한다면 아쉬운 성적이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인 SK는 챔피언 안양 정관장의 간판스타이자 토종 빅맨인 오세근을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해 호화 전력을 구축했고, KCC는 한 술 더 떠 국가대표급 선수들(최준용·허웅·송교창·이승현·라건아)로 주전을 구성했다.
KBL판 슈퍼팀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두 팀이 정규리그에서 부진한 것은 거꾸로 얇은 벤치 전력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시즌 내내 부상자가 속출하다보니 장기 레이스를 풀어가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단기전에 가까운 PO를 앞두고 정상 전력을 되찾았다는 사실이다. 첫 관문인 6강 PO를 3경기로 끝낼 수 있다면, 챔피언결정전 트로피 희망도 높아진다. 전희철 SK 감독과 전창진 KCC 감독은 “3경기로 끝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SK와 KCC 모두 아픈 손가락이 살아나야 PO에서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 먼저 SK는 슈퍼팀이라는 이름값을 얻게 만들었던 오세근의 반등이 절실하다. 빅맨으로 아주 큰 키(200㎝)는 아니지만 영리한 플레이가 강점인 그는 이번 시즌 평균 득점(8.5점)이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당연히 커리어 로우 시즌이다.
전희철 감독은 “오세근이 자밀 워니와 골밑에서 역할 분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오세근을 살리기 위한 패턴도 여러 가지를 마련했다. PO에선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희철 감독은 오세근의 반등 가능성이 야투 성공률에 달렸다고 본다. 이번 시즌 오세근이 옛 위용을 발휘했던 경기들은 모두 야투가 55% 이상의 확률로 림에 꽂힌 경우였다. KCC와 최근 두 차례 맞대결로 따진다면 5개를 던져 3개(60%)를 꽂았던 5라운드는 12점, 3개 모두 림을 외면했던 6라운드는 0점으로 큰 차이를 노출했다.
KCC도 골밑을 지키는 이승현이 살아나야 한다. 그는 외국인 선수 수비와 박스 아웃 등 궂은일을 도맡았으나 개인 성적(7.3점 3.5리바운드)은 데뷔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이승현은 특별한 부상도 없었던 터라 답답한 마음이 더욱 크다.
다행히 이승현은 KCC가 빠르게 공격을 풀어가는 얼리 오펜스를 도입하면서 완전히 살아나고 있다. 6라운드 기록(13점 5.4리바운드)이 증거다. 좌우 측면의 송교창과 최준용이 공격을 시도한 뒤 2~3번째 옵션으로 이승현이 자리잡은 덕분이다. 이타적인 플레이가 기반인 그가 득점력까지 살아나면 KCC는 더욱 강한 팀이 될 수 있다. 전창진 감독은 “우리 팀은 아직까지 개인 기량에 의존하고 있다”며 “더 강한 팀이 되려면 모두가 (이승현처럼) 이타적으로 뛰어야 한다. KCC의 숙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