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통역 60억 절도 사건' 충격일까…에인절스전 2타수 무안타→3G 연속 침묵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7억 달러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의 방망이가 또다시 침묵했다. 미국 본토 개막전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전 통역사 미즈하라 숏페이 논란 이후 타격감이 뚝 떨어진 모양새다.
오타니는 2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LA 에인절스와 원정 게임에서 2타수 무안타 2삼진을 기록했다.
오타니는 이날 2번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안타 생산에 실패했다. 1회초 첫 타석과 4회초 두 번째 타석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고개를 숙였다.
오타니는 전날에도 친정팀 에인절스와 시범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나섰지만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날 시범경기 최종전에서도 타격감이 온전치 않은 모습이다.
오타니의 컨디션은 야구 외적인 문제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야구에만 온전히 몰두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려 있기도 하다.
오타니는 소속팀 다저스가 지난 20~21일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일정을 소화하면서 한국을 찾았다. 다저스는 올해 정규시즌 개막전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렀다.
오타니는 지난 2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5타수 2안타 1타점 1도루로 맹활약하며 다저스의 5-2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이튿날 새벽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을 통해 오타니의 통역사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은 물론 오타니의 자금 450만 달러(60억 원)까지 유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전세계 야구팬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ESPN' 등 복수의 미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을 하는 과정에서 오타니의 자금에 손을 댔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고 있는 불법 도박업자 매튜 보이어와 관한 조사가 이뤄지던 중 오타니가 큰 피해를 입은 게 확인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규정에 따르면 빅리그 30개 구단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팀 구성원이 야구 경기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 불법 베팅을 할 수 없다. 미국은 각 주마다 스포츠 도박에 관한 법이 조금씩 다른지만 다저스의 연고지 캘리포니아주는 스포츠 도박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오타니가 지난해까지 뛰었던 LA 에인절스 역시 캘리포니아주에 자리잡고 있다.
오타니의 법률 대리인 측은 미즈하라를 고발했다. 다저스 구단는 빠르게 미즈하라를 해고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지난 23일 이번 사안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오타니는 미즈하라 논란이 불거진 뒤 침묵을 지켰다. 지난 21일 샌디에이고와 서울시리즈 2차전 경기에 앞서 공식 그라운드 훈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게임을 마친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미디어 접촉이 없었다.
오타니는 닷새 뒤 입을 열었다. 홈 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즈하라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자신을 향한 불법 도박 연루 문제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타니는 자신의 새로운 통역 윌 아이어튼과 기자회견에 나와 "팀 관계자 여러분, 나 자신 그리고 팬들까지 힘든 일주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취재진을 포함해 나를 기다려주시고 또 이해해주신 것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믿었던 사람(미즈하라)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슬프다. (이번 일로) 충격을 받았다. 지금 내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서울에서 미즈하라의 비위를 파악한 일도 언급했다. 미즈하라가 지난 20일 샌디에이고와 서울시리즈 1차전을 마친 뒤 팀 미팅에서 자신의 잘못을 털어놨다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이전까지 미즈하라의 도박 중독과 거액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뒤늦게 미즈하라의 잘못을 파악한 뒤 자신의 계좌에서 미즈하라가 도박 업자에게 돈을 보내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조차 오타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 도박 및 절도 논란을 빚은 미즈하라 잇페이와 관련, 명확한 의혹 해소에 나서지 않은 부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26일 "오타니 쇼헤이가 이날 오후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즈하라가 자신의 돈을 훔치고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며 "오타니는 도박에 연루된 의혹을 부인했다. 오타니가 이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보도했다.
오타니는 불법 도박에 베팅한 적이 없었음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반 사안과 관한) 기자회견을 진행할 기회를 갖게 돼 다행이다. 마음을 다잡는 게 쉽진 않지만 2024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만큼 변호사에게 해당 사안을 맡기고, 또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싶다. 이것이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전부"라고 얘기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등에 따르면, 오타니는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지 않고 12분간 성명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카메라 촬영도 금지됐다.
가장 큰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는 문제에 대한 명쾌한 설명과 해명은 없었다. 미즈하라가 어떤 방법으로 오타니의 개인 계좌에서 45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돈을 타인에게 송금할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다.
'요미우리 신문'은 "오타니는 기자들과 만나 자신은 어떤 스포츠에도 (불법 도박에) 베팅한 적이 없고 누구에게도 베팅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했다"며 "자신의 돈을 도박업자에게 보낸 사실 역시 없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다만 오타니가 자신의 계좌가 어떻게 관리되어 왔는지, 미즈하라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돈을 이체했는지, 어째서 거액의 돈이 인출된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지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을 꼬집었다. 기자회견이었지만 취재진과 질의응답 시간도 없었던 부분 역시 지적했다.
오타니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현역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이자 야구라는 종목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하지만 LA 다저스 이적 후 첫 시즌을 앞두고 미즈하라 스캔들에 휩싸이면서 곤욕을 치르게 됐다.
다저스 역시 오타니의 현재 상황이 반가울 수 없다. 오프시즌 오타니를 비롯해 일본프로야구 최고 투수였던 야마모노 요시노부를 계약기간 12년, 총액 3억 2500만 달러(약 4378억 원)에 영입하면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투자를 단행했던 상황에서 전력의 핵인 오타니 논란이 불거졌다.
미즈하라는 1984년생으로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7살 때인 1991년 부모와 함께 미국 LA로 이민을 간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구단 통역으로 일하면서 야구계에 발을 내디뎠다.
미즈하라는 이후 2013년 오타니가 일본프로야구(NPB)에 데뷔한 니혼햄 파이터스의 외국인 선수 통역으로 입사했다. 이때부터 오타니와 인연을 맺은 뒤 지난 21일 불법 도박 및 절도 혐의 연루가 알려지기 전까지 오타니의 곁을 지켰다.
오타니는 2018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A 에인절스와 입단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자신의 전담 통역으로 니혼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미즈하라와 동행할 정도로 신뢰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개인 통역으로 유명세를 탔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로 발돋움한 것은 물론 야구라는 종목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우뚝 선 뒤 미즈하라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통역 업무뿐 아니라 훈련 지원, 운전 등 사실상 매니저 역할까지 수행했다.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오타니는 미즈하라에게 최소 30만 달러(약 4억원)에서 50만 달러(약 6억 6000만원) 사이로 추정되는 연봉을 지급했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주요 프로 스포츠에서 통역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 중에서도 연봉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두 사람의 신뢰가 완전히 깨졌고, 최고의 통역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미즈하라로선 큰 타격을 입었다. 오타니는 미즈하라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언팔로우'했고, 그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모두 지웠다.
일본 야구 전문 매체 '풀카운트'는 23일 "오타니가 LA 에인절스 마이크 트라웃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매치업을 기념하기 위해 찍은 사진 3장, 지난 1월 전미야구기자협회 만찬에서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와 함께 찍은 사진 등 여러 장의 사진이 삭제됐다"며 "23일 현재 남은 사진은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단체 회식 사진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