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부진한 이유, '최전방 수비수' 수준의 수비가담 때문?..."전 세계 1위→경기력 하락 원인"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최근 손흥민이 부진한 이유가 최전방 수비수 수준의 수비가담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추구연맹(FIFA) 산하 연구기관인 국제스포츠연구소(CIES)는 9일(한국시간) 전 세계 30개 프로축구 리그에서 뒤는 공격수들 중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가장 적극적인 수비 가담률을 보였다고 전했다.
수비 가담률은 수비 과정에서 시속 25km 이상으로 질주한 거리, 신체 접촉 혹은 볼 터치 없이 상대방에게 압박을 가한 횟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지표다.
CIES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손흥민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비 가담률을 보인 공격수로 나타났다. CIES가 세운 두 가지 기준을 합산한 결과 손흥민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손흥민은 수비 복귀 과정에서 빠른 속도로 질주한 거리 부분에서 월등한 활동량을 자랑해 1위(100점)에 올랐고, 압박 횟수에서는 전체 7위(86.6점)를 차지했다. 범위를 유럽 5대리그로 한정하면 질주 거리와 압박 횟수가 모두 1위였다.
그만큼 경기 중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1차 저지선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는 의미다. CIES는 "손흥민은 공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커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시즌 17골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인 손흥민이 수비적인 능력에서도 전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다만 CIES는 이러한 높은 강도의 수비 가담률이 최근 손흥민이 부진했던 원인일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CIES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수비 상황일 때 공격수들에게 높은 수비 가담을 요구한다. 이는 최근 토트넘 공격수들의 경기력이 하락한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격수가 공격에 쓸 체력을 수비 상황에서 써버려 정작 공격 상황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그만큼 체력 부담도 심해진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이번 시즌 전반기에 비해 후반기 경기력이 크게 저하된 모습을 보였다.
8월부터 12월까지 리그 20경기에서 12골을 몰아쳤던 손흥민은 2월부터 5월까지 12경기에서 5골에 그치고 있다. 득점포가 멈춘 사이 엘링 홀란, 콜 팔머 등 프리미어리그 톱 공격수들과의 득점 격차도 크게 벌어진 상태다.
전반기부터 쉼없이 달려온 손흥민이 체력적으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손흥민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한 선수 역시 토트넘 공격수인 히샬릴송이라는 점 또한 CIES의 분석을 뒷받침한다. 히샬리송은 유럽 5대 리그로 한정했을 때 질주 거리에서 89.9점, 압박 횟수에서 76.8점을 받아 모두 2위에 오르며 종합 2위를 차지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최전방 공격수에게 최전방 수비수 수준의 역할까지 맡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방 압박이 중요해진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가 수비 시 압박하는 장면은 이상하지 않다. 다만 수비 가담 강도가 세계 1위일 정도로 높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만큼 엄청난 체력 소모가 동반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CEIS의 분석대로라면 손흥민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손흥민 뿐만 아니라 다른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 빈도나 강도를 적절한 수준에서 타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손흥민이 부진하면서 토트넘의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최근 리그 4연패를 기록한 토트넘은 4위 애스턴 빌라보다 한 경기 덜 치르고 승점 7점 뒤진 5위에 위치해 있다. 빌라가 남은 2경기에서 미끄러지지 않는 한 자력으로 4위에 오르는 건 불가능하다.
오히려 뉴캐슬 유나이티드, 첼시 등의 추격을 걱정해야할 처지다. 연패 사슬을 끊지 못하면 챔피언스리그는 고사하고 유로파리그 출전권도 위태로워질 수 있는 위치다.
토트넘은 남은 세 경기에서 번리(홈), 맨체스터 시티(홈), 셰필드 유나이티드(원정)를 만난다. 아스널과 리그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맨시티를 제외하면 모두 한 수 아래 팀들이다. 여기에서 최대한 승점을 벌어두고 빌라가 미끄러지길 바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