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인 vs 양현종' 빅매치, 270분 혈투 끝 KIA가 웃었다→타이거즈 연승→삼성 3연패
(엑스포츠뉴스 대구, 김지수 기자) KIA 타이거즈가 4시간이 넘는 혈투 끝에 삼성 라이온즈를 제압하고 2연승을 질주했다. 열세 상황에서 삼성 필승조를 무너뜨리고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KIA는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과 팀 간 4차전에서 연장 12회 4-2 승리를 거뒀다. 2연승과 함께 삼성과 올 시즌 상대 전적을 2승 2패로 균형을 맞췄다.
KIA는 선발투수 양현종이 6이닝 3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쾌투를 펼쳤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지난 1일 KT 위즈전에서 9이닝 8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을 따냈던 좋은 흐름을 그대로 이어갔다.
KIA 타선은 리드오프 박찬호가 2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 김도영 2안타 1볼넷, 최형우 3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 서건창 1안타 1득점 등으로 주축 선수들이 제 몫을 해냈다.
반면 삼성은 이날 선발투수 원태인의 6이닝 2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원태인은 최고구속 149km를 찍은 직구를 비롯해 주무기인 체인지업, 컷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까지 다양한 구종을 섞어 던지면서 KIA 타선을 압도하고도 팀 패배 속에 아쉬움을 삼켰다.
삼성 타선은 리드오프 김지찬 1안타 1득점, 이재현 2안타 1홈런 1타점 1득점 등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원활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장전 화력 싸움에서 KIA에 밀리면서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셋업맨 김재윤, 마무리 오승환이 실점을 내준 부분도 패인이었다.
▲원태인 vs 양현종 빅매치 성사, 토종 에이스들의 자존심을 건 맞대결
삼성은 이날 김지찬(중견수)-류지혁(3루수)-구자욱(좌익수)-맥키넌(1루수)-김영웅(지명타자)-강민호(포수)-이재현(유격수)-김재상(2루수)-이성규(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에이스 원태인이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은 지난 7일 KIA와의 주중 3연전 첫 경기에 좌완 이승현이 선발투수로 출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로 경기가 취소된 뒤 8일 게임에는 이승현 대신 1선발 원태인을 선발투수로 예고, 연패 탈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KIA는 우천취소에도 선발투수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토종 에이스 양현종이 그대로 선발등판하면서 원태인과 맞대결이 성사됐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투수들의 격돌로 팬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KIA는 박찬호(유격수)-김도영(3루수)-나성범(지명타자)-최형우(좌익수)-소크라테스(중견수)-이우성(1루수)-김선빈(2루수)-한준수(포수)-최원준(우익수)으로 타선을 꾸렸다.
▲사자군단 에이스의 포효, KIA 타선 잠재운 원태인 쾌투
게임 초반은 명품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삼성 원태인은 1회초 선두타자 박찬호를 1루수 파울 플라이, 김도영을 1루수 뜬공, 나성범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삼자범퇴와 함께 출발했다.
원태인은 2회초 선두타자 최형우를 내야 안타로 출루시키기는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를 유격수 땅볼, 이우성을 삼진, 김선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원태인은 3회초 2사 후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박찬호, 김도영, 나성범을 연이어 볼넷으로 출루시키면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원태인은 주자가 가득 들어찬 가운데 KIA 4번타자 최형우와 승부를 펼쳤다. 투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1루 땅볼을 유도, 이닝을 끝내면서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원태인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4회초 소크라테스를 3루수 파울 플라이, 이우성을 유격수 땅볼, 김선빈을 유격수 직선타로 잡아냈다. 5회초에는 한준수를 1루수 땅볼, 최원준과 박찬호를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2이닝 연속 삼자범퇴로 기세를 올렸다.
▲'대투수' 위용 뽐낸 양현종, 원태인 호투에 맞불을 놨다
원태인의 호투 행진에 양현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1회말 김지찬을 2루 땅볼, 류지혁을 삼진, 구자욱을 1루 땅볼로 처리하고 삼자범퇴로 게임을 시작했다. 2회말에도 맥키넌을 우익수 뜬공, 김영웅을 삼진, 강민호를 유격수 직선타로 솎아내고 2이닝 연속 출루 자체를 봉쇄했다.
양현종은 3회말 1사 후 김재상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공격적인 투구로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늘려갔다. 이성규를 2루수 뜬공, 김지찬을 유격수 땅볼로 막아내고 첫 고비를 넘겼다.
양현종은 4회말 류지혁을 1루 땅볼, 구자욱을 삼진, 맥키넌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또 한 번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4회말 2사 후에도 이재현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흔들림 없는 피칭을 이어갔다. 김재상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원태인과 나란히 5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선보였다.
▲호랑이 실수 파고든 사자, 마침내 깨진 '0'의 균형...희비 엇갈린 삼성 6말 공격
팽팽하던 승부는 6회 흐름이 바뀌었다. 삼성은 원태인이 6회초 선두타자 김도영의 우전 안타 출루에도 나성범을 삼진, 최형우를 1루 땅볼, 소크라테스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또 한 번 실점을 막아냈다.
삼성 타선은 6회말 고대하던 점수를 얻었다. 1사 후 김지찬이 2루타를 치고 나가면서 이날 게임 시작 후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가 위치했다.
삼성은 1사 2루에서 류지혁이 1루 땅볼을 쳤지만 KIA 야수진의 실책으로 선취점을 얻었다. KIA 1루수 이우성이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던 양현종에게 송구를 건넸지만 실책이 나오면서 공은 1루 쪽 KIA 더그아웃 근처까지 흘러갔다.
이때 2루 주자 김지찬이 3루를 거쳐 여유 있게 홈 플레이트까지 밟으면서 삼성이 1-0의 리드를 잡았다. 타자 주자 류지혁도 2루까지 진루하면서 추가 득점 찬스를 중심 타선 앞에 연결했다.
양현종은 수비 실책 여파 속에서도 베테랑답게 침착함을 유지했다. 구자욱과 맥키넌을 차례로 범타로 잡아내면서 추가 실점을 내주지 않았다.
▲호랑이 추격 잠재운 사자 불펜, 삼성 승리까지 1점으로 충분했다
삼성은 7회초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베테랑 우완 임창민이 선발투수 원태인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 이어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임창민은 7회초 선두타자 이우성을 좌전 안타로 1루에 내보냈지만 후속타자 김선빈을 포수 앞 땅볼로 잡고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이때 1루 주자 이우성이 2루를 거쳐 과감하게 3루까지 추가 진루를 노렸지만 삼성 1루수 맥키넌의 정확한 3루 송구, 삼성 3루수 류지혁의 매끄러운 태그로 아웃됐다.
3루심의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지만 삼성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KBO 비디오 판독센터에서 원심이 아닌 아웃으로 정정했다. 삼성은 무사 1루에서 병살타를 유도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리며 아웃 카운트 2개를 늘리고 주자를 없앴다.
하지만 임창민은 이후 한준수, 최원준에게 연속 볼넷, 박찬호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삼성 벤치는 승부처라는 판단 아래 셋업맨 김재윤을 조기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재윤은 2사 만루 위기에서 KIA 김도영을 제압했다. 풀카운트 혈투 끝에 김도영을 유격수 뜬공으로 막아내고 KIA의 추격을 뿌리쳤다. 삼성은 1-0 리드를 유지한 가운데 7회말 공격에 돌입했다.
▲승기 굳힌 삼성, 이재현 솔로포로 달아난 사자군단
큰 고비를 넘긴 삼성은 7회말 승기를 굳힐 수 있는 추가 득점을 얻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재현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이재현은 투 볼 노 스트라이크에서 KIA 우완 장현식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스트라이크 존 한 가운데 몰린 149km짜리 직구를 놓치지 않고 공략,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0m의 타구를 날려보냈다. 삼성은 추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스코어를 2-0으로 만들었다.
▲침묵 깬 KIA, 추격 불씨 당긴 최형우의 한방...돌부처 무너뜨리고 승부는 원점
끌려가던 KIA는 8회초 공격에서 이날 경기 첫 득점을 올렸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4번타자 최형우가 홈런포를 폭발시켰다.
최형우는 원 볼 원 스트라이크에서 삼성 김재윤의 3구째 135km짜리 슬라이더를 완벽한 타이밍에 받아쳤다.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 몰린 123km짜리 슬라어디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5m의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점수 차가 2-1로 좁혀지면서 게임 진행이 더욱 흥미로워졌다.
KIA는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기어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선두타자 대타 서건창이 삼성 마무리 '돌부처' 오승환을 상대로 중전 안타로 출루, 반격의 물꼬를 텄다. 이어 한준수의 좌전 안타, 최원준의 희생 번트로 1사 2·3루 찬스가 상위 타선에 연결됐다.
KIA는 여기서 서건창의 빠른 발과 기민한 주루 플레이가 돋보였다. 박찬호의 짧은 중견수 뜬공 때 3루 주자 서건창이 과감하게 홈으로 스타트를 끊었고 득점에 성공, 2-2 동점을 만들었다.
▲기어이 뒤집은 KIA의 저력, 총력전 끝 해피엔딩 타이거즈
승자는 연장에서 가려졌다. 삼성은 10회초 수비에서 1사 후 최형우, 소크라테스가 오승환을 상대로 연속 안타를 쳐내면서 1사 1·3루 찬스를 잡았다. 게임 흐름이 KIA 쪽으로 쏠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오승환은 두 번 무너지지 않았다. 이우성을 병살타로 잡아내고 실점 없이 10회초를 끝냈다. 삼성은 벼랑 끝에서 벗어나 기분 좋게 10회말 공격을 맞이했다.
삼성은 10회말 1사 만루 찬스로 KIA를 몰아붙였지만 끝내기는 없었다. 김성윤의 내야 땅볼 때 3루 주자가 홈에서 포스 아웃, 계속된 2사 만루에서 류지혁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마지막에 웃은 건 KIA였다. 최지민-전상형-정해영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연장 11회말까지 삼성 타선을 틀어막은 뒤 연장 12회 결승점을 얻었다.
KIA는 연장 12회초 선두타자 박찬호의 2루타와 김도영의 기습 번트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잡은 데 이어 나성범이 볼넷으로 출루, 무사 만루 찬스가 연결됐다.
KIA는 여기서 대타 이창진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창진이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를 쳐내면서 KIA가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게임 시작 후 처음으로 KIA가 리드를 잡는 순간이었다.
KIA는 계속된 2사 1·2루에서 확실하게 승기를 굳혔다. 이우성의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보태 4-2로 달아났다. 삼성의 추격 의지를 꺾어 놓는 귀중한 추가 득점이었다.
KIA는 이후 연장 12회말 정해영이 삼성의 마지막 저항을 실점 없이 잠재우고 4시간 30분 넘게 이어진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