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지연 중계 “자정에 시작… 얼마나 보겠나”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프로 대회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출처를 알 수 없는 디도스(DDoS) 공격과 전쟁 중이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관계기관 및 수사기관에 신고 조치를 취했다”면서 “어떤 경우든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LCK는 지난달 25일 디플러스 기아와 DRX의 경기부터 선수들의 컴퓨터에 원인 모를 끊김 현상이 발생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졌다. 경기는 디도스 공격 때문에 7시간 가까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끝에야 마무리됐다.
이후 LCK는 온라인 방벽을 강화하는 등 대처 방안을 강구했지만, 28일 T1과 피어엑스전에서 재차 디도스 타격을 받아 파행을 겪었다. 결국 3판2선승제의 경기 중에서 첫 판만 겨우 마치고 2경기부터는 추후에 예고 없이 진행한 뒤 녹화 중계했다.
결국 LCK는 이후 경기부터 무관중·비공개로 진행 후 녹화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디도스 공격자가 경기 시간을 특정할 수 없게끔 평소와 다른 시간에 경기를 진행하고 평일은 오후 9시, 주말엔 오후 7시에 녹화 중계했다. 평소 생중계보다 4시간씩 늦게 방영한 셈이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하루에 두 경기씩 진행하는 LCK 특성상 2번째 경기는 자정 가까운 시간이 돼서야 방영을 시작하게 됐다. 웬만한 열성 팬이 아니고서는 흔쾌히 보기가 어려운 시간대였던 셈이다.
팀들은 시청자 이탈을 우려하는 눈치다. 한 팀 관계자는 “리그의 뷰어십이나 발행되는 기사수가 급감하고 있어서 마케팅을 하는 입장에서는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시기가 떠오른다”면서 “비공개 경기로 전환돼 팬과 함께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많이 사라졌다. 영상 콘텐츠로라도 현장 분위기를 팬들에게 전달하고 있지만 제한된 요소가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땅한 다른 대응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대체로 리그의 녹화 중계 결정에 수긍한 분위기다. 다른 팀 관계자는 “기존 스폰서와 협업하기로 했던 마케팅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고, 선수들도 관중이 사라진 현장의 분위기를 아쉬워한다”면서도 “사실 선수도, 팀도, LCK도 디도스의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다 같이 겪는 위기이니만큼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팀 관계자 역시 “디도스는 일종의 ‘사이버테러 행위’라고 생각한다“면서 “우선은 이 사태가 속히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그는 디도스에 대한 대항력을 길러서 단계적으로 정상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정훈 사무총장은 4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 디도스 공격 이후 롤파크에 추가 보호조치가 적용됐다. 녹화 중계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몇 차례 디도스 공격이 있었으나 아직까지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6일 경기부터는 마찬가지로 녹화 중계하되, 기존과 같은 오후 5시에 방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