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아무나 갖는 재능 아닌데…" 사령탑도 아쉬워한 강속구 투수의 타자 전향 이제 다시 시작이다
[마이데일리 = 고척 김건호 기자] "아깝죠."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키움은 19일 "투수 장재영이 타자로 전향한다"고 전했다.
덕수고를 졸업한 장재영은 2021 KBO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키움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 계약금으로 9억 원을 받을 정도로 많은 기대를 모은 투수였다.
장재영은 150km/h가 넘는 빠른 공을 뿌린다는 강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제구가 안 된다는 점이었다. 2021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총 56경기에 등판해 103⅓이닝을 소화했는데, 109사사구 100탈삼진 평균자책점 6.45를 기록했다.
장재영은 올 시즌 달라진 모습을 꿈꿨지만, 부상 악재가 그를 덮쳤다.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을 느꼈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 손상 소견이 나왔다. 이후 재활에 집중한 그는 지난 1일 삼성 라이온즈 2군과의 맞대결에 등판했지만, 오른쪽 새끼손가락 저림 증상이 있었다.
장재영은 병원 두 곳에서 검진을 받았다. 확실한 진단을 위해 크로스 체크를 진행했다. 하지만 결과가 심각했다. 팔꿈치 인대가 70~80% 정도 손상됐다는 소견이 나왔다.
토미존 수술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재영은 지난 7일 키움 구단과 면담을 가졌다. 키움에 따르면 그 자리에서 포지션 전향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고 결국 타자 전향을 선택하게 됐다.
19일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홍원기 키움 감독은 "본인이 심적으로 힘들었다. 4년 동안 성과를 내려고 했는데, 첫 번째는 제구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다. 그다음 팔꿈치 부상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지 않았나 보고 있다"며 "본인 의사도 있었다. 저는 솔직히 제구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을 때 그 생각을 좀 했다. 이번에 팔꿈치 부상 때 수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야기했더니 본인도 어느 정도 투수에 대한 미련을 접은 상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빠른 공을 던지는 강한 어깨를 자랑했던 투수다. 하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으며 투수로서의 길을 그만 걷기로 했다. 사령탑도 이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홍원기 감독은 "아깝다. 150km/h 이상 던진다는 재능은 아무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신인 때 그런 모습을 보고 KBO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투수로 성장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며 "하지만 역시 제구가 뒷받침 돼야지만 KBO리그에 정착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결과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타자로 전향한 장재영은 유격수와 중견수로 수비에 나선다. 유격수는 장재영이 원했던 포지션이고 중견수는 키움이 팀과 선수의 미래를 생각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격이다.
홍원기 감독은 "포지션은 차후 문제일 것 같다. 팔꿈치 부상이 있다. 유격수는 공을 좀 많이 던져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저는 외야 수비를 병행하면서 타격에 전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본인이 유격수에 대한 애착이 많은 것 같다. 유격수를 하되 외야수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며 "하지만 우선적으로 타격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장재영의 새로운 도전은 오는 21일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서 열리는 2024 메디힐 KBO 퓨처스리그 두산 베어스 2군과의 맞대결에서 시작된다.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홍원기 감독은 "일단 팔꿈치 상태 때문에 지명타자로 출전할 예정이다. 수비는 던지는 것을 제외하고 받는 위주의 훈련을 단계별로 시작할 것이다. 지명타자로는 출전을 계속할 예정이다"고 했다.
장재영의 올 시즌 1군 출전은 불투명하다. 지난 3년 동안 투수로 활약했기 때문에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사령탑은 "(1군 출전은) 장담 못 한다. 아무리 아마추어 때 잘했던 선수라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타자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도 봐야 한다. 만약 정말 가능성이 있고 2군에서 좋은 보고가 올라오면 1군에 올라올 수도 있다. 아니면 올해는 2군에서 적응 기간을 거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