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 티빙 중계에 KBO도 난감…"22번타자를 어떻게 생각했겠나"
가격·기술평가 모두 1위…"자막 오류 예상 못해"
"2차 저작물 활용 골자는 '구단 디지털 마케팅'"
논란을 빚고 있는 티빙의 KBO리그 시범경기 중계 화면. (티빙 중계화면 캡처)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모바일·인터넷에서 KBO리그 독점 중계를 시작한 티빙(TVing)이 시범경기부터 부실한 준비로 논란을 빚고 있다. 티빙에 중계권을 판매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역시 난감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KBO는 지난 4일 CJ ENM과 2024~2026년 KBO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티빙은 역대 최고 수준인 3년 간 총 1350억원, 연평균 450억원을 지출하기로 했는데, 이와 함께 '유료 중계' 전환을 선언해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시범경기 첫날부터 많은 논란을 낳았다. 프로야구 중계 경험이 없어 어느 정도의 과도기가 필요할 것은 예상됐지만, 도무지 이해가 어려운 수준의 황당한 실수가 잦았기 때문이다.
우선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영상 자막에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로 표기하거나, 희생플라이를 '희생플레이'로, 등번호 22번의 채은성(한화)을 '22번 타자'로 표기하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야구를 몰랐어도, 노력이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실수다. 야구팬과 관계자의 입장에선 실소를 넘어 모욕감까지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세이프(safe)를 세이브(save)로 잘못 표기한 장면. (티빙 중계화면 캡처)
또 경기 영상을 40초 미만의 '쇼츠'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저작권 신고를 당했다'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최초 발표와는 이야기가 다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지점이다.
야구 하이라이트를 1화, 2화 식으로 표기하거나 여러 구장 동시 시청 불가, PIP(화면 속 화면) 기능 불가 등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무료에서 유료로 바뀌었는데,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형국이니 비난이 들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BO의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류현진(한화)의 복귀와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등 새로운 규정의 도입으로 기대감을 키웠는데, 예상치 못한 '중계 이슈'가 터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KBO 역시 계약 과정이 꼼꼼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KBO 관계자는 "앞서 발표했듯,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기준은 가격과 기술평가가 50%씩이었다"면서 "티빙은 두 항목 모두 1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술 평가 항목엔 화질이나 끊김 현상 유무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야구에 대한 기본적인 자막 오류가 나올 것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부분을 평가 항목에 포함시키기는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을 확보한 티빙. (KBO 제공)
쇼츠 활용에 대해서도 애초 '무조건적인' 활용을 허용한다는 방침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프로 스포츠도 2차 저작물을 무료 오픈하지는 않는다"면서 "상업적인 목적이 있는 영상 활용은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이 티빙의 정책"이라고 했다.
이어 "2차 저작물 활용의 골자는 각 구단 마케팅 활용이 활성화된 것에 있다"면서 "그동안은 2차 저작물 활용이 원천 봉쇄되서 마케팅에 한계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부분이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한편 티빙은 전날(12일) KBO리그 중계와 관련해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주희 티빙 대표는 "중계에 관한 팬들의 우려 사항과 지적을 인지하고 있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시즌 개막에 맞춰 개선된 서비스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KBO 역시 현재의 논란이 빠르게 수습되기를 바라고 있다. KBO는 "티빙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면서 "정규시즌에는 개선할 것이라 약속했기 때문에 일단은 상황을 지켜볼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