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살면서 본 투수 중에 최고"…148㎞ 강속구?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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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살면서 본 투수 중에 최고"…148㎞ 강속구?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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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면서 본 투수 중에 제구는 가장 좋은 것 같다."

한화 이글스 에이스 류현진(37)의 투구를 지켜본 팀 동료 노시환(24)의 말이다. 류현진은 1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62구 3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62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41개에 이를 정도로 빼어난 제구력을 보여줬다. 직구와 체인지업, 커터, 커브 등 4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코스로 땅볼을 유도하고, 헛스윙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스트라이크존에 정확히 꽂히는 공으로 루킹 삼진을 잡을 때는 관중석에서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최고 148㎞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면서 놀라움을 사기도 했다. 류현진은 직구 29개를 던졌는데, 최고 구속 148㎞, 평균 구속 144㎞를 기록했다. 7일 청백전에서는 직구 최고 구속 143㎞, 평균 구속 141㎞를 기록했는데, 평균 구속을 3㎞ 정도 더 끌어올린 결과였다.

선수들이 봤을 때 류현진의 구속보다 더 놀라운 건 역시나 정교한 제구였다. 3루수로 선발 출전한 노시환은 류현진의 공을 가까이서 지켜본 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살면서 내가 본 투수 중에 제구가 가장 좋은 것 같다. (지난 7일) 청백전 때도 느꼈지만, 어이없는 볼이 아예 없고 모든 구종을 던지고 싶은 곳으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수비할 때도 정말 편했다. (제구가 좋아) 수비들이 집중할 시간을 벌어준 것 같다. 볼넷이 많으면 수비 집중력 떨어지고 실책도 나올 수 있다. 템포도 워낙 빠르고 제구도 좋으니 수비를 짧은 시간 안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시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1회초 선취점을 뺏으면서 류현진을 곤란하게 했던 KIA 김도영의 눈에도 류현진의 제구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1회초 1사 후 이우성이 우익수 오른쪽 2루타로 출루한 가운데 김도영은 류현진의 초구 직구를 받아쳐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김도영은 "첫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공을 많이 보려고 생각했는데, 찬스 상황이라 공격적으로 타격을 했던 게 좋은 결과로 나와 기뻤다. 우리나라 최고 좌완투수랑 상대해서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류현진 선배의 모든 구종이 완벽했던 것 같다. 특히 제구력이 워낙 뛰어나고 빠른공이 구속에 비해 힘이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값진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류현진은 그저 팬들 앞에서 공을 던져 즐거웠다고. 류현진은 지난 2012년 10월 4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현 키움 히어로즈) 이후 4177일 만에 관중이 입장한 대전구장 마운드에 섰다. 한화는 이날 1만2000석 가운데 무료 입장 6000석을 개방했는데, 평일 낮 1시 경기인데도 3500명이 입장해 놀라움을 안겼다.

류현진은 "재미있게 던졌다.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함성이 커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던지려고 했던 투구 수와 이닝을 채우고 내려와서 만족한다. 시범경기인데도 팬분들이 많이 찾아와 주시는 것 같고,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많이들 기다려 주시는 것 같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제구 엄청났다는 후배들의 평가와 달리 류현진 본인은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생각한 것보다 구속이 잘 나와서 괜찮았다"면서도 "체인지업 제구가 안 좋게 들어갔다"며 다음 경기 때는 체인지업을 보완해서 마운드에 서겠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김도영에게 적시타를 내준 상황과 관련해서는 "첫 타석은 가운데 실투가 됐지만, 안타를 쳤고 2번째 타석(3회 2루수 직선타)에서도 배트 컨트롤이 좋은 것 같더라. 좋은 타자라고 느꼈다"며 상대 선수에게 엄지를 들었다.

한화 타선은 류현진이 1회초 1실점하자 1회말 9득점하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KIA 선발투수 장민기가 ⅔이닝 42구 2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 7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고, 2번째 투수로 나선 김민주도 1⅓이닝 2피안타 3사사구 2실점에 그쳤다.

1회말 최인호와 페라자의 볼넷으로 1사 1, 2루 기회를 만들었고, 노시환이 우월 3점포를 터트려 3-1로 뒤집었다. 2사 후에는 문현빈이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쳤고, 김강민의 볼넷과 이도윤의 사구로 만루가 됐다. 이어 최재훈이 밀어내기 사구로 출루하면서 4-1로 벌어지자 KIA는 마운드를 올해 신인 김민주로 교체했다.

김민주는 만루 위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위기를 빨리 끊지 못했다. 2사 만루에서 첫 타자 최인호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고, 페라자에게 중전 적시타, 안치홍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또 내줘 한화는 7-1까지 달아났다. 계속된 2사 만루 기회에서 노시환이 우중간 2타점 적시타를 날려 9-1이 됐다. 지난해 홈런왕이자 타점왕인 노시환은 1회에만 5타점을 쓸어 담는 저력을 보여줬다. 장민기와 김민주는 1회에만 4사구 7개를 합작했는데, 류현진의 안정적인 제구와 더 대비됐다.

노시환은 "(류)현진 선배가 1회 1실점 하셔서 내가 점수 한번 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홈런이 됐다. 편하게 만들어 드린 것 같다. 시즌 때도 이런 상황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정작 류현진은 1회말 길어지는 공격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 다행히 이날 예보와 달리 오전부터 비가 내리지 않아 경기를 개시할 수 있었는데, 계속 먹구름이 있어 예정된 투구 수를 채울 수 있을지 불안했기 때문. 실제로 경기는 8회초 2사 후 강한 비가 내리면서 강우콜드게임 선언이 됐다.

류현진은 "(9득점이) 시범경기라 아쉬웠던 것 같다. 시즌 때 그래야 하는데, 시범경기는 투구수를 생각한 것만큼 던져야 하는데 (공격이) 길어지다 보니까 '아웃돼라' 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류현진의 투구 내용에 만족감을 보였다. 최 감독은 "류현진이 최고 구속 148㎞까지 나오는 등 목표한 대로 4이닝 동안 구위와 제구 모두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줬다"고 총평했다.

류현진은 LG와 정규시즌 개막전 등판을 위한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 마지막 관문은 17일 사직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다. 이 경기를 끝으로 류현진은 개막에 앞서 실전 점검을 모두 마친다.

그런데 17일 사직에도 비 예보가 있다고. 류현진은 "일요일(17일)도 한번 던져야 하는데, 또 비 예보가 있더라.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일요일 지나고 나면 (개막전 등판이)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또 한번 하늘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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