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머물다 가는 사람, 선수는 영원" 쓴소리했지만, 남다른 애정…'포수' 김범석 프로젝트 본격 닻 올린다 …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나는 잠깐 머물다가 가는 사람이지만 선수는 영원하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5차전 '엘롯라시코' 라이벌 맞대결에 앞서 '김범석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렸다.
김범석은 지난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7순번으로 LG의 선택을 받았다. 당시 포수의 고민을 안고 있던 롯데 자이언츠가 김범석을 대신해 김민석을 지명하자, 이를 기다리고 있던 LG가 고민없이 김범석의 이름을 외쳤다. 차명석 단장은 "김범석이라는 고유명사는 한국 야구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며 성공을 확신함과 동시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김범석은 지난해 퓨처스리그 올스타로 선정되는 등 56안타 6홈런 31타점 타율 0.286 OPS 0.789를 기록,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값진 경험을 쌓았다.
그런데 올 시즌 시작 과정은 매우 아쉬웠다. 김범석은 미국 애리조나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는데, 옆구리 부상으로 조기에 한국땅을 밟게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염경엽 감독은 오프시즌 내내 체중 조절에 실패한 김범석을 향해 "스스로 기회를 걷어찼다"며 쓴소리를 뱉기도 했다. 이제 갓 프로 무대를 밟은 어린 선수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한마디. 사령탑도 이를 모르지 않았지만, 큰 기대를 품고 있었던 만큼 실망감이 큰 모양새였다. 이로 인해 김범석은 정규시즌을 2군에서 맞게 됐는데, 1군의 부름을 받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지난달 12일 처음 1군에 콜업된 김범석은 14일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대타로 출전해 안타를 뽑아내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16일 롯데전에서는 두 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적시타까지 터뜨렸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타격 재능만큼은 '진짜'라고 평가받았던 장점을 제대로 발휘했다. 그리고 21일 SSG 랜더스와 더블헤더 1차전에서 첫 선발 출전의 기회를 받았고 데뷔 첫 그랜드슬램을 폭발시키더니, 2차전에서도 3안타로 폭주했다. 그 결과 4월 한 달 동안 13안타 2홈런 12타점 타율 0.361의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좋은 흐름은 5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범석은 5월 첫 경기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시즌 3호 홈런을 포함해 멀티히트를 터뜨린 이후 세 경기 연속 침묵했으나, 지난 8일 SSG와 맞대결부터 11일까지 네 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게 됐다. 김범석이 1군 무대에서 방망이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염경엽 감독도 이제 본격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염경엽 감독은 당초 김범석에게 일주일에 한차례 선발 포수를 줄 방침이었는데, 부상 등으로 인해 차질을 빚었었다. 그러나 박경완 코치와 1대1 과외를 통해 충분히 준비가 됐다고 판단, 이제는 김범석에게 기회를 줄 뜻을 밝혔다.
염경엽 감독은 김범석의 포수 구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내일(12일) 한 번 내볼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진의 '비가 온다고 하더라'는 말에 "9시에 그치더라. 처음으로 얼마나 준비가 됐는지, 내일 테스트를 해볼 것이다. 볼 배합의 경우 어려움이 있다면 벤치에서 내주면 된다. 블로킹과 송구가 어떻게 되는지를 체크할 것이다. 경기에 내보지도 않고, 보완점 등을 확인할 수는 없지 않나. 한 번씩 포수로 나가야 훈련할 것이 생긴다. 경기를 통해 어떤 것이 부족한지, 어떤 것들이 좋아졌는지를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석이 마스크를 쓸 수 있다면, LG 입장에서는 엔트리의 한자리에 여유가 생긴다. 굳이 백업 포수 한 명을 더 놔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사령탑은 "(김)범석이가 포수로 앉으면 타선도 훨씬 좋아지고, (박)동원이가 쉬더라도 크게 공백이 없을 것이다. (허)도환이가 포수로 나가는 것과 (김)범석이가 나가는 것은 공격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 올 시즌 경험을 하면 내년에는 무조건 될 것이다. 만약 후반기에 된다면, 우리는 보다 빨리 강해질 수 있다. (박)동원이에게 휴식을 주면서도 그 구멍을 없애는 것이 뎁스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당초 김범석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선발 포수 기회를 주면서 경험치를 제공하는 것은 시즌이 시작됨과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사령탑은 "원래는 시즌 초반부터 하고 싶었는데, 지금까지 미뤄진 것이다. 4월부터 시작이 됐다면 이 시기에 벌써 세컨드 포수가 돼 있을 수도 있었다. 일단 내년에는 무조건 된다. 그렇게 만들 것이다. 그래야 범석이가 아시안게임에도 나갈 수 있다"며 "지금 볼을 던지는 것도 많이 좋아졌다. 빠르게 적응할 것이다. 범석이가 운동 센스는 뛰어난 선수다. 1루에 대한 적응도 엄청나게 빨리 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염경엽 감독은 "포수를 보기 위해서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순간에 대처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범석이는 그 순발력을 갖고 있다. 그러니 살을 빼면 훨씬 좋아질 것이다. 능력이 100이라고 한다면, 지금은 60 정도밖에 못 쓰고 있다. 그래서 아쉬웠고, 결국 본인이 해내야 된다. 주전이 되고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 아킬레스건이 체중을 못 버틴다. 2년차에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박경완 코치의 경우 말랐는데도 양쪽 아킬레스건과 무릎을 모두 수술했다"며 "그래서 아버지의 마음으로 (캠프 중 체중) 이야기를 했던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사실 범석이가 나와 영원히 할 것도 아니지 않나. 하지만 선수는 영원한 것이다. 나는 잠깐 머물다가 가는 사람이지만, 한 팀에서 선수는 영원하다. (오)지환이 같이 영원히 있을 수도 있다. 팀의 재산이 되기 위해서는 그걸(프로에 맞는 몸) 갖춰야 한다. 때문에 내가 악당같이 굴고, 쓴소리를 하는 것이다. 미워서 하겠나"라며 김범석이 철저한 체중 관리를 통해 자신이 LG의 지휘봉을 내려놓게 되더라도 영원히 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가 되기를 바랐다.
김범석이 LG에 입단하고, 염경엽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구상했던 프로젝트가 이제 본격 닻을 올린다. 이제부터 김범석이 어떤 선수로 성장하게 될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