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감독을 찾고 있나?"...클린스만의 '위약금 100억짜리'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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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회장, 감독을 찾고 있나?"...클린스만의 '위약금 100억짜리'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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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듯 던진 말 한마디가 발단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잡게 된 건 농담에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한국 대표팀에서 경질됐다. 그는 지난해 3월 지휘봉을 잡았지만, 부진을 거듭했고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졸전 끝에 4강 탈락했다.

여기에 선수단 내 불화까지 터지면서 여론의 비판이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대한축구협회(KFA)도 칼을 빼 들 수밖에 없었고, 자취를 감췄던 정몽규 회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정몽규 회장은 16일 축구회관에서 임원회의를 진행한 뒤 직접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그는 "차기 대표팀 감독에 관해서는 국적 등 상의된 바 없다.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린 뒤 조속히 알아보겠다"라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끝까지 손흥민-이강인의 갈등으로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질을 통보받은 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모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든 한국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시안컵 준결승에 진출하며 여러분이 보내준 성원에 감사드리며 지난 12개월 동안 13경기 연속 무패의 놀라운 여정을 함께해 감사하다"라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해고당한 클린스만 감독. 그가 한국 축구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정몽규 회장과 우연한 만남 때문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21일 독일 '슈피겔'과 심층 인터뷰에서 한국 사령탑으로 부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아들이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나서면서 정몽규 회장과 인연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둘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도중 경기장 VIP 구역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한국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하면서 감독직이 공석인 상황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이었던 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회장을 향해 "감독을 찾고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자신은 '농담조'로 한 말이었으나 정몽규 회장이 당황하면서 진지하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둘은 다음날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에서 만나 커피를 마셨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회장에게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 해본 말이니 관심이 있다면 연락해달라고 말했고, 정몽규 회장이 몇 주 후 실제로 그에게 연락을 보내면서 선임 작업이 시작됐다. 그렇게 한국 축구는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게 됐다. 

많은 이들이 반대했던 클린스만 감독 선임은 사실상 정몽규 회장의 입김이 컸다는 이야기다. 정몽규 회장이 혼자서 그를 후보를 올렸고, 초기 협상을 추진한 것. 클린스만 감독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회장이 그를 선택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일도 이해가 된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로도 KFA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정몽규 회장하고만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슈피겔을 통해 정몽규 회장과 현대가의 영향력을 강조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정몽규 회장에게 직접 연락했다고 밝혔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머물던 용산역 인근 호텔과 정몽규 회장의 사무실은 5분 거리라고 덧붙였다. 그가 아시안컵 탈락 이후 전력강화위원회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오른팔이었던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전 수석코치 역시 정몽규 회장이 엄청난 힘을 보내줬다고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 '크로넨 자이퉁'에 쓴 글을 통해 "정몽규 회장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컸다"라며 "그는 언제나 우리를 지지해 줬지만,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KFA는 클린스만 감독과 그의 사단에게 100억에 가까운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연봉은 약 29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KFA는 그와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계약을 맺었던 만큼 남은 기간 잔여 연봉도 모두 책임져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이 정몽규 회장에게 던졌던 농담이 낳은 나비효과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꿈꾸던 한국은 황금 세대를 갖고도 4강에서 탈락했고, 재정적으로도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됐다.

일단 정몽규 회장은 위약금 문제에 관해 "변호사와 상의해야 한다. 금전적인 부담이 생긴다면 회장으로서 재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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