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3번 만에 마라톤 세계新… 2시간 벽 ‘36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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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코스 3번 만에 마라톤 세계新… 2시간 벽 ‘36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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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기록은 충분히 깰 거라고 생각했지만 세계기록은 생각지도 않았다. 다만 언젠가는 내가 세계기록 보유자가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언젠가’는 켈빈 킵툼(24·케냐)이 스스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킵툼이 8일 열린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00분35초의 세계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킵툼은 마라톤 역사상 2시간1분대 벽을 무너뜨린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종전 세계기록은 역시 케냐 출신의 엘리우드 킵초게(39)가 지난해 9월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1분9초였다. 킵툼이 세계기록을 34초 앞당긴 것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 올림픽 2연패의 주인공인 킵초게는 지난해 베를린 마라톤에서 반환점을 59분51초에 돌았다. 킵툼은 이날 시카고 마라톤에서 1시간48초에 반환점을 찍어 킵초게보다 1분 가까이 늦었다. 그러나 킵툼은 레이스 후반부를 59분47초에 주파하면서 결국 킵초게를 넘어섰다. 킵툼은 결승선 옆에서 응원하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고 양손으로 키스를 날리는 세리머니까지 하면서 여유 있게 골인했다. 킵툼은 이날 100m를 평균 17.1초에 뛰는 속도로 42.195km를 완주했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시골 마을 쳅사모 출신인 킵툼은 10년 전만 해도 고향에서 염소와 양을 키우며 살던 부끄럼 많은 소년이었다. 그는 케냐로 마라톤 전지훈련을 온 선수들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고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건 2019년부터다. 킵툼이 지난달 25일 열린 베를린 마라톤에 출전하지 않고 대신 시카고 마라톤을 택한 것도 자신의 우상인 킵초게와 같은 코스에서 경쟁하는 게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올해 베를린 마라톤에서도 우승한 킵초게는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것이다. 킵툼이 기록을 깨기를 바란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킵툼에게는 이번 시카고 마라톤이 개인 세 번째 풀코스 경주였다. 킵툼은 지난해 12월 발렌시아 마라톤에서 2시간1분53초로 풀코스 데뷔 선수 역대 최고 기록을 쓰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역대 모든 선수를 통틀어서도 4위에 해당하는 빠른 기록이었다. 올해 4월 런던 마라톤 때는 2시간1분25초로 개인 기록을 30초 앞당기면서 킵초게 다음으로 빠른 기록을 남겼다. 이제 킵툼은 세계육상연맹(WA)의 통상적인 검증 절차만 끝나면 ‘올타임 넘버원’의 주인공이 된다.

킵툼을 지도하고 있는 게르바이스 하키지마나 코치(37·르완다)는 “킵툼은 먹고 자고 훈련만 하는 선수다. 킵초게가 매주 180∼220km를 뛰는데 킵툼은 250∼280km를 뛴다. 300km를 넘게 뛸 때도 있다”면서 “부상이 염려될 정도다. ‘이러다 5년 안에 선수 생명이 끝날 수 있다’고 해도 킵툼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한 달은 쉬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시카고 마라톤 여자부에서는 시판 하산(30·네덜란드)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2시간13분44초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하산은 2021년 도쿄 올림픽 5000m와 1만 m 우승자다. ‘달리기밖에 모르는’ 하산은 부다페스트 세계육상선수권에서 1500m 동메달과 5000m 은메달을 딴 뒤 한 달 반 만에 풀코스를 뛰어 월계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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