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빛바랜 시즌 4호골'→울버햄튼, 2부 팀에 충격 역전패+탈락...감독도 한숨 "나 왔을 때 시즌 준비도 안 …
사진=울버햄튼
[포포투=오종헌]
황희찬이 올 시즌 4번째 골을 넣었다. 그러나 울버햄튼은 2부 리그 팀에 역전패를 당하며 대회에서 탈락했다.
울버햄튼은 27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영국 입스위치에 위치한 포트먼 로드에서 열린 2023-24시즌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3라운드에서 입스위치에 2-3으로 패했다. 울버햄튼은 대회를 마쳤고, 입스위치는 상위 라운드로 진출했다.
올 시즌 초반 분위기가 어수선한 울버햄튼이다. 울버햄튼은 2019-20시즌 리그 7위에 오르는 등 '빅6'를 위협할 팀으로 평가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이후 시즌에는 중위권~중하위권 수준에 그쳤다. 지난 시즌 역시 실망스러웠다. 전반기 부진을 겪으며 강등권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다행히 훌렌 로페테기 감독 선임 후 반등에 성공했다. 울버햄튼은 최종 성적 1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올 시즌 시작부터 꼬였다. 무엇보다 이적시장에서 제대로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임대 후 완전 이적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새로운 영입은 없었다. 오히려 후벵 네베스, 주앙 무티뉴, 마테우스 누네스, 라울 히메네스, 아다마 트라오레 등 기존 자원들이 대거 떠났다.
이 때문에 로페테기 감독은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급하게 개리 오닐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러한 울버햄튼의 분위기는 시즌 초반 성적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리그 개막 후 6경기에서 단 1승에 그쳤다. 아직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한 팀이 4팀이나 되기 때문에 그나마 16위에 올라있는 상태다.
그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0-1 패), 리버풀(1-3 패), 브라이튼(1-4 패) 등 패할 가능성이 높은 팀들뿐 아니라 크리스탈 팰리스(2-3 패), 루턴 타운(1-1 무) 등에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루턴의 경우 올 시즌 승격한 팀이었지만 울버햄튼은 전반 초반 퇴장 변수로 90분 동안 슈팅 3개만 기록했다.
이번 입스위치전은 분위기 반등을 위한 기회였다. 입스위치는 PL보다 한 단계 낮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소속이다. 물론 입스위치가 시즌 초반 리그 8경기에서 7승 1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리그 2위에 올라있지만 분명 PL과 챔피언십이라는 무대 차이가 분명한 팀들의 맞대결이었다.
이날 울버햄튼은 부분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3-4-3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황희찬, 샤사 칼라이지치, 파블로 사라비아가 최전방을 구성했다. 휴고 부에노, 토미 도일, 부바카르 트라오레, 맷 도허티가 미드필더로 출전했고 3백은 토티 고메스, 산티아고 부에노, 조니 오토가 호흡을 맞췄다. 골키퍼 장갑은 댄 밴틀리가 꼈다.
이에 맞선 입스위치는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프레디 라다포가 원톱으로 나섰고 오마리 허친슨, 마르쿠스 하네스, 케이든 잭슨이 뒤를 받쳤다. 잭 테일러, 리 에반스가 중원에 배치됐고, 브렌든 윌리엄스, 엘칸 배고트, 조지 에드문손, 도미닉 볼이 4백을 이뤘다. 골문은 바클라브 흘라드키가 지켰다.
시작은 좋았다. 울버햄튼은 전반 4분 만에 리드를 잡았다. 주인공은 황희찬이었다. 칼라이지치의 패스를 놓치지 않은 황희찬이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를 탄 울버햄튼은 전반 15분 추가골까지 만들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사라비아의 슈팅이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흘러나온 공을 고메스가 밀어 넣었다.
울버햄튼이 두 골 차 리드를 보여주며 승기를 잡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울버햄튼은 전반 중반을 넘어가면서 홈팀 입스위치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결국 실점까지 허용했다. 전반 27분 하네스의 침투 패스를 받은 허친슨이 골키퍼와 가까운 골대로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해 추격골을 넣었다.
울버햄튼은 흔들렸다. 전반 38분 페널티 박스 안에서 패스를 받은 라다포가 하네스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터닝 슛으로 마무리했다. 스코어 2-2. 울버햄튼은 다시 원점에서 후반전을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후반전에도 입스위치가 경기를 주도했다.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13분 하네스의 패스를 받은 잭 테일러가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대포알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하네스는 이 골을 어시스트하며 도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울버햄튼은 이후 네이선 프레이저, 마테우스 쿠냐, 파비오 실바 등을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하지만 득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며 입스위치에 패하고 말았다. 최악의 결과였다. 리그에서의 부진을 EFL컵을 통해 씻어내려던 울버햄튼의 계획은 완벽하게 틀어졌다. 특히, 오는 주말 맨체스터 시티전라는 거함을 만나야 한다.
이번 경기에서 울버햄튼은 하부 리그 팀을 상대로 특별히 리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지표에서도 드러났다. 볼 점유율 57%-43%으로 근소하게 앞섰지만 오히려 슈팅은 입스위치에 비해 적었다(13회-15회).
오닐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우리는 시즌 개막 후 6주 동안 노력하고 있다.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지팡이는 없다. 내가 왔을 때 이미 팀은 제대로 운영도 안 되는 수준이었고, 시즌 개막할 준비도 안 된 팀이었다. 많은 것들이 바뀌어야 한다. 물론 내가 문제에 대해 책임질 의향은 있다. 다만 모든 것들이 원상복구되기 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닐 감독은 "나는 이 팀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았다. 우리가 성과를 내야 하는 건 맞고, 팬들이 즐길 수 있는 경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이적시장 문은 닫힌 상태다. 현재의 팀으로 최대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할 능력이 있는 11명을 선발로 내보냈다. 하지만 이기지 못했다. 내 책임이다"고 밝혔다.
사진=울버햄튼사진=위아울브스
한편, 황희찬은 이날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후반 24분 교체되기 전까지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한 번의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했고, 볼터치 32회, 패스 성공률 84%를 기록했다. 키패스도 한 차례 성공하기도 했다. 또한 인터셉트 1회, 클리어링 1회, 볼차단 1회 등 수비적으로도 기여했다.
황희찬은 올 시즌 초반 경기당 평균 45분 정도 뛰고 있다. 리그 기준으로는 41분 정도다. 선발로 3경기를 뛰었고, 교체로 3차례 출전했다.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고, 그나마 선발로 나선 3경기 중 두 번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교체 아웃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득점력을 기록 중이다. 이미 리그에서만 3골을 넣으며 팀 내 득점 1위에 올라있다. 공격수 중에서는 페드로 네투(6경기 1골 4도움) 다음으로 공격포인트가 많다. 쿠냐는 6경기 1골을 기록 중이고 실바, 사라비아 등은 아직 득점도 올리지 못했다.
이제 울버햄튼은 오는 주말 맨시티와 맞붙는다. 맨시티는 현재 리그 개막 후 6전 전승을 달리고 있다. 특히 6경기에서 16득점을 터뜨리며 강력한 화력을 뽐내고 있다. 6경기 12실점을 허용 중인 울버햄튼은 특별한 반전이 없는 이상 대량 실점을 내주며 패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