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싫었던 멀티포지션 수비, ML서 가장 큰 도움”
“이번에 받은 상이 ‘반짝 수상’이 아니었다는 걸 앞으로 계속 증명하겠다.”
김하성(28·샌디에이고)이 20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골드글러브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하면서 “내가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수비다. 어느 포지션에서든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 골드글러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김하성은 한국 선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타격 실력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올해 실버슬러거 수상자 최종 후보까지 올라가 봤다. 내년엔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 둘 다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골드글러브는 포지션별로 수비를 제일 잘한 선수에게, 실버슬러거는 포지션별 최고 타자에게 주는 상이다. 김하성은 골드글러브에선 2루수와 유틸리티(시즌 중 2개 이상의 포지션 소화), 실버슬러거에선 유틸리티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는데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부분에서 수상했다. 2루수와 3루수, 유격수까지 여러 포지션을 오가면서도 빼어난 수비를 보여준 다재다능함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날 김하성은 원래는 ‘멀티 포지션’을 싫어했었다고 털어놨다. 김하성은 “나는 유격수를 계속 하고 싶었다. 그런데 고교 시절에도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나서도 멀티 포지션을 맡게 돼 참 싫었다”며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그 순간들이 미국에 와서 큰 도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야탑고 시절 1, 2학년 때까지 유격수로 뛰었는데 3학년 때는 2, 3루수로 자리를 옮겼다. 주전 유격수 경쟁에서 1년 후배 박효준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프로 데뷔 후 키움에서도 MLB에 진출하기 전 마지막 두 시즌 동안 유격수와 3루수 자리를 오갔다.
김하성은 MLB 사무국이 최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신분조회를 요청한 키움 시절 후배 이정후와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을 두고 “둘 모두 한국에서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다. 이들의 빅리그 도전이 다른 한국 선수들에게 많은 귀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하성은 이정후와 고우석 다음으로 MLB에 도전할 만한 후배로 키움의 ‘멀티 수비수’ 김혜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