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8000만 달러 잭팟 그 후… 어느덧 마지막 등판? "PS 발판 마련해야" 희망 짊어졌다
신예 야수들을 잘 육성한 토론토는 2020년 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대권을 향해 달릴 준비를 한다. 달리자니 팀에 꽤 오랜 기간 없었던 게 '에이스'였다. 그래서 2020년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을 뒤졌다.
2020년 시즌을 앞둔 FA 시장은 최대어였던 게릿 콜(뉴욕 양키스)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등을 비롯해 좋은 선발 투수들이 쏟아져 나왔던 시기였다. 류현진(36‧토론토)도 그중 하나였다. FA 시장에 나온 타이밍도 좋았다. 2019년 다저스의 퀄리파잉오퍼를 받아들이며 FA 1년 재수를 택한 류현진은 2019년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는 등 절정의 활약을 하고 시장의 평가를 기다렸다.
그런 토론토는 류현진에게 4년 총액 8000만 달러 계약서를 내밀었다. 옵션 하나도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8000만 달러를 보장했다. 계약하자마자 터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모두를 당황하게 했지만, 류현진은 차분하게 몸을 만들었다. 그 결과 2020년 12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 MVP 투표에서 13위에 올랐다.
토론토가 바라던 그 에이스였다. 2021년에는 31경기에 나가 169이닝을 던지며 14승10패 평균자책점 4.37을 기록했다. 후반기에 힘이 조금 떨어지며 성적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레도 개인 한 시즌 최다 타이인 14승을 책임졌다. 그런데 그 다음이 우울했다. 부상이 찾아왔고, 1년 이상을 허송세월했다.
2022년 6월, 그간 통증에도 버티던 팔꿈치가 더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인대가 파열됐고, 바로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1년에서 1년 6개월이 필요한 재활 기간에 "류현진과 토론토의 인연은 이대로 끝났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예상보다 일찍인 올해 8월 복귀했는데, 계약 기간을 3~4개월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부상과 더불어, 4년이라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갔다.
복귀 후 성적은 나쁘지 않다. 토론토 코칭스태프가 류현진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루는 가운데 10경기에서 49이닝을 던지며 3승3패 평균자책점 3.31을 기록 중이다. 보통 토미존 수술을 받은 선수들은 "처음 2년은 내 팔이 아닌 것 같다"고 토로한다. 감각이 예전과 같을 리 없다. 그런 가운데 낸 성과라 더 값지다.
그리고 어쩌면 다음 등판은 류현진이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던지는 마지막 등판일 수도 있다. 류현진은 오는 30일(한국시간) 홈구장인 로저스 센터에서 열릴 예정인 탬파베이와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토론토의 정규시즌은 10월 2일에 끝나고, 류현진이 30일에 던지면 정규시즌은 더 등판할 수가 없다.
이 경기는 류현진의 토론토 소속 60번째 선발 등판이다. 재계약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팀이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다면 자연히 마지막 등판이 된다. 류현진으로서도 감회가 남다른 하루가 될 수 있다.
일단 갚아야 할 빚이 있다. 메이저리그 경력 통산 아직 탬파베이 상대로는 승리가 없는 류현진은 직전 등판인 23일 탬파베이 원정 경기에서 4⅓이닝 7피안타(3피홈런) 5실점으로 부진했다.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9월 들어 가진 5번의 등판에서 무승 2패 평균자책점 4.32에 그치고 있다. 당시는 탬파베이의 일발 장타에 당했다면, 이번에는 류현진이 노련하게 그 창을 피해 갈 필요가 있다.
미 CBS스포츠 또한 "와일드카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dogfight)을 벌이고 있는 토론토의 상황이다. 탬파베이와 리턴매치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갖는 류현진은 (팀 포스트시즌 진출의)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 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토론토는 25일 현재 87승69패(.558)를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자리를 지키는 데 토론토의 과제인데 장담할 수는 없다. 3위 휴스턴이 2경기 뒤에서, 4위 시애틀이 2.5경기 뒤에서 쫓아오고 있다. 시즌 막판 경기 결과에 따라 뒤집힐 수 있는 셈이다. 토론토는 뉴욕 양키스, 탬파베이라는 만만치 않은 팀들과 붙어야 한다. 30일 류현진의 등판 시점까지도 결정되지 않을 수 있다. 류현진의 어깨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