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 김민재 반강제 휴식...뮌헨-베를린 경기, 폭설로 갑자기 취소
김민재가 불운과 행운이 섞인 휴식을 마주하게 됐다. 경기가 취소됐다는 걸 불운이지만 김민재가 쉴 수 있다는 점에는 행운이다.
뮌헨과 우니온 베를린은 2일 오후 11시 30분(이하 한국시간)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3라운드를 치를 예정이었다. 뮌헨은 승점 32점으로 리그 2위, 베를린은 승점 7점에 그치면서 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김민재의 몸상태에 대해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사소한 부상일 줄 알았던 김민재의 부상이 예상보다는 조금 길어졌기 때문이다. 김민재가 쓰러졌던 경기는 지난 25일에 진행된 뮌헨과 쾰른의 경기였다.
쾰른전을 앞두고도 김민재의 선발이 예상되자 우려의 목소리는 높았다. 11월 A매치에 돌입하기 직전, 독일 '스포르트1'은 "김민재는 A매치 기간에도 바쁜 일정을 보낸다. 16일 싱가포르, 21일 중국 선전에서 중국과 경기가 있다. 그리고 80시간도 채 되지 않아 25일 저녁 쾰른과의 경기에 복귀한다. 모든 이동거리를 더하면 약 20,000km가 된다"며 걱정하기까지 했다.
독일 'TZ' 역시 "김민재는 현재 뮌헨의 유일한 중앙 수비수다. 그가 A매치 기간동안 부상을 입는다면 뮌헨에 매우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이적시장 막판 영입에 실패했던 것이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수비진이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라면서 김민재가 절대로 다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혹사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는 김민재였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독은 선수는 경기를 뛰고 싶을 것이라면서 김민재를 2경기 모두 기용했다. 한국에서는 싱가포르, 중국으로 이동해서는 중국전까지 소화한 김민재는 11월에 진행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경기를 소화하고 곧장 한국으로 넘어와 다시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독일에 도착해 시차적응도 안됐을 김민재였지만 토마스 투헬 감독은 역시나 김민재를 선발로 선택했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던 김민재는 전반 14분 부상을 입었다. 쾰른 공격수인 데이비 젤케와 공중볼을 경합하다가 크게 떨어졌다. 평소 같았으면 벌떡 일어났을 김민재지만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공중에서 무게중심이 무너진 김민재는 안정적인 착지를 하지 못하면서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 채로 떨어졌다.
곧바로 의료진이 투입돼 김민재의 상태를 점검해줬다. 혹사를 당하면서 혹시나 부상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팬들이 많았기에 김민재가 일어서기 전까지 모두가 걱정했다. 의료진의 조치를 받고 일어선 김민재는 간단하게 조치만 받은 뒤에 경기에 투입됐다. 큰 부상은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팀을 위해 희생하는 김민재의 모습에 뮌헨 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를 두고 독일 'AZ'는 29일 "김민재는 뮌헨의 숨겨진 영웅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전사인 김민재를 놓쳐선 안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대체자가 없기 때문에 김민재는 쾰른전에서의 한 장면으로 인상적인 투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면서 김민재가 팀에 보여주는 헌신을 높이 평가했다.
'AZ'는 "쾰른 원정을 나선 김민재는 전반 14분 만에 (경기장 밖으로) 나갈 뻔했다. 젤케와 공중에서 붙은 후 김민재는 온 충격을 엉덩이로 받았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과 함께 땅바닥에서 뒹굴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큰 충격을 받고, 정말 힘들었다면 벤치에 교체를 요구할 법도 했지만 김민재는 묵묵히 풀타임으로 활약했다. 김민재의 무결점 수비와 해리 케인의 득점을 앞세운 뮌헨은 A매치 휴우증을 잘 이겨내고 승점 3점을 가져왔다.
쾰른전이 끝난 직후 김민재가 뮌헨 팀 훈련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쾰른전에서 떨어지는 과정에서 입은 부상 때문이었다. 독일 '빌트'에 따르면 김민재는 엉덩이 타박상으로 지난 27일과 28일에 팀 훈련을 소화하지 않았다.
1옵션 선택지이자 팀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김민재가 부상으로 쉬어야만 하는 상황이 오자 투헬 감독도 무리하지 않았다. 지난 30일 진행된 코펜하겐과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A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김민재는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민재가 빠진 자리는 미드필더인 레온 고레츠카가 채웠다. 고레츠카와 다요 우파메카노가 호흡을 맞춰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뮌헨은 이미 조 1위와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이라서 일부분 로테이션을 진행한 채 경기를 운영했다.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김민재가 부상을 당한 후에 쾰른전에서 경기 종료까지 뛰었기에 코펜하겐전 이후로 돌아올 것으로 모두가 예상했다. 그러나 김민재의 부상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훈련은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100%로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투헬 감독은 베를린전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민재는 토요일이면 충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내일이나 모레까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김민재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로 출전했다가는 재발이 될 수도 있고, 심한 경우에는 부상이 장기화될 수 있었기에 모두가 걱정담긴 시선으로 김민재의 출전 여부를 주목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를 마주했다. 경기를 몇 시간 앞두고 독일 '키커'는 2일 "폭설로 바이에른 남부 지역이 혼란에 빠졌고, 토요일 오후로 예정된 뮌헨과 우니온 베를린 간의 분데스리가 경기도 취소됐다"라고 전했다.
곧이어 뮌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경기 취소 사실을 전했다. 뮌헨은 "원래 오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베를린과의 뮌헨의 분데스리가 경기가 밤새 폭설로 인해 연기됐다. 눈은 토요일 저녁까지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경기 취소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뮌헨은 "오후까지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알리안츠 아레나에 경기장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해도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고, 교통 상황으로 인해 취소가 불가피했다. 알리안츠 아레나의 지붕에서 눈이 내리는 것은 관중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위험이 될 수 있다. 현재는 경기장에 진입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뮌헨의 날씨는 이번 주 들어서 갑자기 영하의 날씨로 추워졌다. 이는 폭설로 이어졌고, 계속된 눈에 결국 경기가 취소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뮌헨의 폭설은 현지시간으로 2일 오후 8시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가 되어있다. 이미 뮌헨에는 폭설 경보가 발효된 상태다.
예상치 못한 폭설로 이미 뮌헨 도시는 마비된 상태로 보인다. 뮌헨은 "수많은 버스와 기차가 취소되고, 많은 도로와 고속도로가 완전히 폐쇄됐다. 뮌헨 프뢰트마닝과 알리안츠 아레나까지 운행하는 지하철 U6 노선도 운행이 중단됐다. 뮌헨 경찰은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말 것을 권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필요한 보안 인력이 알리안츠 아레나에 도달할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면서 현재 상황도 설명했다.
뮌헨은 베를린 구단, 독일축구협회와 새로운 날짜를 합의해 진행할 예정으로 밝혔다. 취소된 경기의 티켓은 그대로 유효할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얀-크리스티안 드레센 뮌헨 CEO는 "매우 유감스럽다. 하지만 베를린 팬들과 우리 서포터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알리안츠 아레나로의 접근이 수많은 도로가 막히고, 각종 대중교통이 중단되면서 보장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날짜는 최대한 빨리 알려드리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갑작스러운 경기 취소는 추후 시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알 수 없다. 다만 당분간은 취소된 쾰른과의 경기가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023년 안에는 더 이상 새로운 경기를 끼어넣을 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뮌헨은 9일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원정), 1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원정), 18일 슈투트가르트(홈), 21일 볼프스부르크(원정) 경기를 치른 후에 겨울 휴식에 진입한다. 그 후 1월 13일부터 후반기 일정을 진행한다. 쾰른전은 시즌 후반기에나 배치될 것으로 예측된다.
갑작스러운 경기 취소는 당혹스럽지만 김민재한테는 꿀맛같은 휴식이 될 것이다. 이번 시즌 들어서 2번 연속 휴식을 부여받게 된 건 처음이다. 뮌헨한테도 다행일 수도 있다. 계속된 혹사로 인해서 센터백을 비롯한 주전 선수들의 피로도가 높아져가던 시점이었다. 폭설 덕분에 김민재도 쉬고, 다른 선수들도 피로도를 낮출 수 있게 됐다.
물론 연기된 쾰른전이 언제 열리는지에 따라서 어떤 후폭풍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시즌 후반기에도 뮌헨은 UCL 일정을 촘촘하게 소화해야 한다. 그래도 독일축구협회 포칼컵에서는 탈락한 상황이라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