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우승→15년 현역 은퇴→전격 코치 변신'... "결정하기까지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지만"
LG 정주현.
LG 정주현.LG 트윈스에 15년간 몸담으며 마침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한 정주현(33)이 지도자로 변신한다. 정주현은 진심이 담긴 글을 남기며 팬들에게 현역으로 영원한 작별 인사를 남겼다.
정주현은 2일 자신의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前) LG 트윈스 정주현입니다. 인사가 좀 늦었죠?"라면서 "먼저 15년 동안 정말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말씀을 팬분들께 전하고 싶다. 저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결정하고, 지도자로서 인생 2막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주현은 "결정하기까지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지만, 다른 팀 유니폼이 아닌 LG 트윈스 유니폼을 계속 입을 수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제게 LG 트윈스는 그런 존재"라고 진심을 이야기했다.
정주현은 "15년 세월 동안 가슴에 TWINS 마크를 달고 뛸 수 있어 행복했고 영광스러웠다. 앞으로도 가슴에 TWINS 마크를 달 수 있어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 제게 이런 기회를 주신 구단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인사했다.
계속해서 정주현은 "2009년 암흑기 끝자락쯤 LG 트윈스에 입단해 2023년 29년 만의 우승까지 15년 동안 좋은 스승들을 만나 성장할 수 있었다. 좋은 구단을 만나 행복하게 야구했고,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 많이 배웠다. 좋은 친구들을 만나 재밌게 야구했고, 좋은 동료들을 만나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면서 "너무나 행복했고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라고 그동안 함께했던 지도자와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끝으로 정주현은 "이제는 우리 1등 LG 트윈스 팬분들, 제게는 성적을 떠나 우리 LG 트윈스 팬분들이 1등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했고, 또 감사드린다. 앞으로 좋은 지도자로 인사드리겠다. 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란다. 감사합니다"라고 다시 인사하며 다음에 만날 날을 기약했다.
LG 정주현(왼쪽).정주현은 대구 대현초-경상중-대구고를 졸업한 뒤 2009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36순위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계약금은 6000만원.
정주현은 LG 트윈스의 원 클럽맨이었다. 입단 첫해인 2009시즌 6경기, 2010시즌 8경기, 2011시즌 15경기, 2012시즌 25경기에 각각 출전했던 정주현은 2013시즌부터 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받기 시작했다. 2013시즌 6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17(83타수 18안타) 15타점 21득점 16도루 장타율 0.313, 출루율 0.340의 성적을 올렸다.
이어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2016시즌부터 다시 1군 무대를 누비기 시작했다. 99경기에 출장해 타율 0.222(225타수 50안타) 1홈런 22타점 30득점 5도루 28볼넷 장타율 0.298, 출루율 0.306의 성적을 남겼다.
정주현은 파괴력 넘치는 슬러거도 아니었지만, 때로는 환상적인 수비와 허슬 주루 플레이를 펼치며 많은 LG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대주자와 대수비로 출전하며 팀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LG 정주현. /사진=뉴시스2017시즌 15경기에 출전했던 정주현은 2018시즌부터 3시즌 동안 LG의 주전 2루수를 책임졌다. 2018시즌 115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1(303타수 79안타) 6홈런 31타점 18도루 장타율 0.380 출루율 0.324, 2019시즌 129경기에 출장해 타율 0.231(376타수 87안타) 2홈런 27타점 15도루 장타율 0.309 출루율 0.291의 성적을 각각 거뒀다.
물론 큰 변화의 시기도 겪었다. 특히 2020시즌이 그랬다. 프로의 세계라는 게 원래 주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법. 그 시기 주전 2루수로 정주현이 있었지만, LG는 2019시즌을 마친 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당시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베테랑 2루수' 정근우를 영입했다.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었던 정주현이었지만, 정근우의 가세로 포지션 경쟁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 그래도 그때 정주현은 존경하는 우상과 포지션 경쟁을 벌이게 됐다면서, 당찬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2019년 11월 말, 연탄 봉사 현장에서 만났던 정주현은 "내가 주전이고 아니고를 떠나, (정) 근우 형은 내 우상이었다. 정말 존경하는 선배와 경쟁할 수 있어 영광이다. 내가 (정) 근우 형한테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나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렇게 늘 겸손하고 열린 자세를 보였던 정주현이었다. 그리고 2020시즌 커리어 하이인 134경기에 나서 타율 0.247(328타수 81안타) 4홈런 30타점 8도루 장타율 0.338 출루율 0.312의 성적과 함께 전성기를 보냈다.
2919년 11월 28일 연탄 배달 봉사 활동을 마친 뒤 만났던 LG 정주현. /사진=김우종 기자이후 2021시즌 73경기 출장해 타율 0.238(181타수 43안타) 3홈런 10타점 3도루 장타율 0.337, 출루율 0.327의 성적을 거둔 정주현은 2022시즌 1군 무대에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당시 LG는 외국인 타자 리오 루이즈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서건창이 2루 포지션을 책임졌고, 정주현에게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랬던 정주현은 2023시즌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불태웠다. 염경엽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백업 내야수로 알찬 역할을 해냈다. 대수비와 대주자로 출장하며 팀에 헌신했다. 2023시즌 89경기에 나서 커리어 하이 타율 0.273(88타수 24안타)과 함께 1홈런 1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며, 그동안 동고동락했던 팀 동료들과 함께 우승 반지도 품에 안을 수 있었다. 프로 통산 성적은 762경기에 출장해 타율 0.237(1653타수 392안타) 2루타 68개, 3루타 12개, 18홈런 153타점 260득점 68도루 170볼넷 383삼진 장타율 0.325 출루율 0.309. 이제 정주현이 지도자로 어떤 빛을 낼지 많은 LG 팬들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