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퍼즐 '류현진'까지 계산…한화의 효율적인 스토브리그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올겨울 유독 분주한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자유계약선수(FA) 계약부터 외국인 선수 구성, 추가 선수 영입까지 빠르고 효율적인 전력 보강으로 내년 시즌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남은 건 절대적인 에이스 류현진(36)의 복귀를 기다리는 일뿐이다.
한화와 6년 72억원에 계약한 FA 내야수 안치홍. 사진 한화 이글스
한화는 지난달 20일 FA 내야수 안치홍(33)과 6년 72억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말 이적한 LG 트윈스 출신 내야수 채은성(6년 9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외부에서 주전급 FA를 데려왔다.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를 거친 안치홍은 2009년 프로 데뷔 후 연평균 100경기 이상 출전해 통산 OPS(출루율+장타율) 0.800을 기록한 베테랑 내야수다. 올해는 롯데 소속으로 121경기에 나와 타율 0.292, 안타 124개, 홈런 8개, 63타점을 기록했다.
손혁 한화 단장은 "안치홍이 타율·장타율·출루율 모두 기복 없는 활약을 보여준 점을 높이 샀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꾸준함과 성실함을 갖춘 선수였다"며 "안치홍은 '야구 지능'도 높아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안다. 리더십도 검증돼 우리 팀 젊은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내부 FA였던 베테랑 투수 장민재(33)도 지난 21일 2+1년 8억원에 계약해 무사히 잔류했다. 첫 2년간 5억원(보장 4억원, 옵션 1억원)을 받은 뒤 성적에 따라 1년 계약(보장 2억원, 옵션 1억원)을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이다. 장민재는 2009년 한화에 입단한 뒤 15년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해왔다. 프로 생활 내내 몸담았던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화와 2+1년 8억원에 계약한 내부 FA 투수 장민재(오른쪽)와 손혁 한화 단장. 사진 한화 이글스
팀 전력의 핵심인 외국인 선수 세 자리는 기존 원투펀치 두 명과 새로운 타자 한 명으로 채웠다. 가장 먼저 계약한 선수는 25세의 젊은 외야수 요나탄 페라자(25)다. 스위치 히터(양손 타자)인 페라자는 빅리그 경험이 없고, 체격(키 1m75㎝)도 크지 않은 마이너리그 출신 유망주다. 그런데도 한화는 페라자의 나이와 잠재력을 고려해 신입 외국인 선수 계약 상한액인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를 베팅했다. 한화 관계자는 "페라자는 작지만 탄탄한 체형에 빠른 배트스피드를 바탕으로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중장거리 유형의 타자"라고 설명했다.
뒤 이어 지난 2년간 검증을 마친 오른손 에이스 펠릭스 페냐(33)가 105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5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에 사인해 3년째 동행하게 됐다. 올시즌 중반 대체 선수로 합류했던 왼손 투수 리카르도 산체스(26)는 75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옵션 15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화는 지난달 22일 열린 KBO 2차 드래프트에서 LG 투수 이상규, NC 다이노스 투수 배민서, SSG 랜더스 외야수 김강민을 차례로 뽑았다. 특히 23년간 SSG(전신 SK 와이번스 포함) 한 팀에만 몸담았던 베테랑 김강민을 깜짝 지명한 건 야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김강민은 국내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중견수이자 'SK 왕조'의 주역이었다. 한화는 그가 그라운드 안팎에 '강팀 DNA'를 이식해주기를 기대하면서 파격적인 선택을 감행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 이적하게 된 김강민은 은퇴를 고민하다 한화 구단의 설득을 받아들여 선수 생활 연장을 택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3년 만에 SSG를 떠나 한화로 이적하게 된 외야수 김강민. 뉴스1
한화는 지난 28일 SSG에서 방출된 베테랑 포수 이재원(35)까지 데려와 선수층을 더 두껍게 쌓았다. 이재원도 2006년 1차 지명을 받고 SK에 입단한 뒤 18년간 한 팀에서만 뛰었다. 손 단장은 "기존 포수 최재훈과 박상언이 있지만, 여러 변수를 대비해 경험 있는 포수가 더 필요하다고 여겼다"며 "유망주 포수 허인서가 내년 시즌 후반기 군복무(상무)를 마치고 복귀할 때까지 이재원이 포수진에 무게감을 더해줄 것"이라고 했다.
오랜 기간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한화는 내년 시즌 '가을야구 복귀'를 당면과제로 삼고 있다. 올해 투수 문동주(20)와 내야수 노시환(23)이 국가대표급 선수로 성장하면서 재도약의 희망을 찾았다. 문동주는 시속 160㎞ 강속구를 뿌리면서 신인왕에 올랐고, 노시환은 홈런·타점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었다.
여기에 올해 전체 1순위 신인 투수 김서현과 내년 전체 1순위 신인 투수 황준서, 올해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중심타자로 활약한 내야수 문현빈 등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수년간 끌어모은 특급 유망주들의 잠재력과 이번 스토브리그에 가세한 베테랑 선수들의 경험이 조화를 이루면, 목표를 향해 달려갈 추진력이 충분히 생긴다.
MLB 잔류와 한화 복귀의 갈림길에 선 류현진. 연합뉴스
이제 한화에 남은 마지막 숙제는 '류현진'이라는 거대한 퍼즐 하나를 채우는 것이다. 2012년까지 한화의 에이스로 활약하다 메이저리그(MLB)로 떠났던 류현진은 올겨울 다시 FA가 돼 새 소속팀을 찾고 있다. FA가 아닌 포스팅으로 MLB에 진출한 터라 국내로 복귀하려면 무조건 한화와 계약해야 한다.
류현진은 예나 지금이나 한화를 향한 애정이 지극하다. "힘이 남아 있을 때 돌아와 한화를 가을야구로 이끌고 싶다"는 의지도 강하다. 자신의 기준과 조건에 부합하는 MLB 팀이 나오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한화와 손잡을 준비가 돼 있다. 다만 MLB FA 투수들의 계약이 전체적으로 지연된 탓에 류현진의 거취도 다음달 초중순쯤 결정될 공산이 크다. 이런 마음과 상황을 잘 아는 한화는 류현진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충분히 시간을 두고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류현진이 한화로 복귀하게 되면, 2022년 김광현(SSG)의 4년 151억원과 2023년 양의지(두산 베어스)의 6년 152억원을 훌쩍 넘어 KBO리그 역대 최고 '몸값'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이 향후 팀 전력과 구단 홍보·마케팅에 미칠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고려하면 더 그렇다. 한화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철저한 계산 아래 스토브리그를 치렀다.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에 '류현진 계약'을 위한 여유분도 이미 확보해뒀다.